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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과 건강운명] 아들낳는 비법은 없다

딸만 3명인 여성이 외래에 찾아왔다. “남편이 외동 아들에다가 10대 장손이라 저는 꼭 아들을 낳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해 보겠습니다. 제발 방법을 일러주세요.” 들어서면서부터 기도라도 하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눈물도 흘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친정에서 그녀는 6명의 딸 중 5번째인데 자기 밑의 막내는 남자로 태어났다고 한다. “부모님의 아들 낳기 집념 덕분에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지요.”

겸연쩍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임신과 출산, 아들과 딸에 대한 우리의 의식구조의 현주소를 새삼 생각했다.

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교묘한 상술이 성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칼슘약, 한약으로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배란일에 부부관계를 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무책임하게 부추기는 사례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아들 딸 골라 낳는다는 셀라스법을 과장광고로 규제했는데 필자가 프랑스에 문의한 결과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상술이었다.

아들 딸을 구별해서 낳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50%라는 높은 확률을 이용한 상술에 불과하다. 특히 이러한 시술을 하는 일부 의사들은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도 못하고 통계학적으로 연구 결과를 보고하지도 못한다. 학문적, 도덕적으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태아의 성별을 한약으로 바꿔준다’ ‘임신한 뒤 3개월 이전에 한약을 먹으면 딸을 아들로 바꿀 수 있다’는 이른바 ‘아들탕’도 의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옛날 이야기이다. 분명히 아들 딸은 염색체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염색체 이동은 한약으로는 불가능하다.

93년 5월 세계 기형아학회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는데 당시 필자는 그 학회의 국제이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때 한 신문에 ‘런던젠더클리닉’이란 곳에서 ‘아들이건 딸이건 원하는 대로 낳게 해준다’는 기사를 보았었기에 방문해보았다.

병원도 아닌 조그마한 실험실 수준의 사무실에서 의사도 아닌 화학자가 앉아 있었다. 그가 시술자인 것이다. 그는 무엇 한 가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2시간 가량 방문하는 동안 환자는 1명도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실망도 컸다.

나중에 런던 의대 산부인과 교수에게 이를 이야기했더니 “그렇게 시간이 많으면 차라리 관광이나 실컷 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아예 장사꾼에다 돌팔이이니까요”하며 웃었다.

‘남성의 정자 가운데 아들을 결정하는 Y염색체 정자는 알카리성에서 강하고, 딸을 결정하는 X염색체 정자는 산성에서 강하다.

그리고 Y정자는 3일까지 살아있다는 이론을 이용해서 아들을 낳고 싶으면 여성의 몸상태를 알카리성으로 바꾸고 배란일에 정확히 맞추어 성관계를 해야 한다. 딸을 낳고 싶으면 여자의 몸을 산성으로 하고 배란일 이틀 전에 성관계를 하면 80%의 정확도로 아들 딸을 골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남자는 고기등 육류만 먹고 체질을 산성화 시키고 여성은 채소만 먹어서 체질을 알카리화 시키면 남아 정자인 Y정자가 알칼리성에서 잘 통과하여 아들을 임신시킨다.’

또 배란일 날 오르가슴에 이르게 깊숙히 성교를 하고 성교 직전에 남편이 커피를 마시고 어쩌고... 이러한 시나리오를 어느 구성 작가가 썼는지 모르지만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한마디로 터무니 없는 엉터리이다. 미국 불임학회나, 세계 산부인괴학회에서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계의 어느 의학 논문에도 아들 딸 구별 출생의 ‘비법’은 없다. 그럼에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인네들과 그 급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악덕 상술이 맞물려서, 끊이지 않는 비윤리적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수억의 정자가 아들과 딸 두 종류로 나뉘어져 1개의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데 누가 먼저 도달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제 묻고 싶다. 앞으로 100년 후 당신의 자손이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겠는가.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들의 유전인자는 아들에게 50%, 딸에게 50%로 똑같이 전달되기 때문에 먼 후세에는 아들 딸 구별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100년 후에 당신의 3대 혹은 4대 후손에서도 아들이 없이 딸만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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