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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기행] 바람이 빚어 논 '천의 얼굴'

향사막은 포두시에서 45㎞ 떨어져 있다. 보통 외국인에게는 향사막(響沙漠)이라 알려져 있지만 중국 지도에는 향사만(響沙灣)이라 표기돼 있다. 만(灣)이라는 것은 물과 관련이 있는 것이니 이 사막 또한 강과 관련이 있다. 처음에는 사막이라 했으니 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이 사막에 도착하니, 황하의 지류를 따라 들어가야 하고 강바닥을 건너야 한다. 한겨울이라 강물은 얼어 차가 드나들기에는 안성맞춤이고 관광지여서 그런지 찻길이 확연하게 나있었다. 사막으로 오르는 모노레일이 있는 바로 아래에는 철책이 둘러져 있어 성수기 때는 말도 타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모래를 한 움큼 잡아 보니 여느 모래와 다를 바 없으나 소리가 울린다는 것이 다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안내하는 사람이 저쪽으로 멀리 가서는 손뼉을 친다. 귀를 모래 바닥 가까이 대니 모래알을 타고 전해진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린다. 공명되어 들리는 것이다. 신기해서 너도나도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굴리며 꼬마들처럼 신이 났다. 소리를 보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손을 흔들어 들리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수신자와 발신자 모두 즐거워하니 기쁜 일 아닌가.

언덕에 오르면 모두가 ‘작품’

정상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은 놓여 있지만 겨울이라 가동이 중단됐다. 관광객이 없으니 종업원이 근무를 않는 것이다. 이 곳에 입장할 때도 근무자가 없어 입장료 없이 들어 왔다. 공짜가 좋더라도 모노레일까지 공짜로 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힘을 자랑이라도 하듯 모래바닥에 제 발자국을 남기며 오르고, 무거운 사진기 가방을 진 사람은 레일을 따라 오른다. 힘이야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며 오르는 게 더 들겠지만 기분은 철길을 따라 가는 것 보다 좋다. 오르다 힘이 부치면 그냥 주저앉아 쉬고 또 오르다 힘이 들면 기어가면 된다. 쉬면서 아래를 보니 그냥 스스로 내려갈 것만 같다. 경사가 45도이니 레일이 놓여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래판에 주저앉으면 열이 난 엉덩이가 시원해지니 이 맛도 즐거움과 상쾌함으로 몸에 배인다. 힘들지만 이런 기분이 있어 오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쉬엄쉬엄 30분 가량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가슴마저 시원하다. 시선을 사방에 주어도 보이는 것은 모래뿐. 모래언덕들은 바람이 빚은 작품이니 곡선마다 부드럽고 신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 같은 모습을 하면서도 하나 같지가 않아 각양각색이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떼 같다. 광경에 취해 모래 언덕 하나를 넘으면 모습이 달라지고 또 하나 넘으면 달라지니 자신도 모르게 멀리까지 가게 된다. 사막이라는 말만 들어온 사람에게는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여행하면서 얻은 것 중에 하나는 좋은 광경은 사진 찍는 사람 뒤에만 따르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 작가의 뒤만 따랐다. 그가 언덕을 넘으면 나도 넘고, 간혹 사진기 가방을 부려 놓으면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겠거니 하여 마음 푹 놓고 퍼져 앉아 자연을 완상한다. 가다 보면 돌아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니니 외롭지 않아서 좋다. 가끔 좋은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좋다.

사막 달리는 기차에 탄성 저절로

돌아오는데 참으로 멋진 광경을 목격했다. 올라갈 때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사막과 절벽이 있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마침 기차가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감으로 해서 철로가 놓여 있고, 그리고 터널도 뚫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석탄을 싣고 지나가는 열차인데, 피어오르는 연기가 장관이다. 길지 않은 터널을 지날 때 끊기었다가 이어지는 연기는 “끝내준다”는 사진 작가의 한 마디 표현으로 충분할 것이다.

사막을 내려와 다시 한 번 모래알이 전해주는 소리를 들으려고 소란을 피우고 나서 한바탕 신발 터는 소동을 벌이고 차에 오르니 한기가 엄습을 한다. 모두가 시린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1시간 반 뒤에 벌어질 저녁식사가 진수성찬일거라는 사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포두시에 있는 한 호텔에 들어서니 총지배인이 우리를 맞는다. 아마도 이재욱 관광국장이 동행하고 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모시는 게 범상치가 않다. 저녁은 관광국장이 냈다. 모래를 씻어내고 식당으로 가니 한 상이 정말 잘 차려 있었다. 그릇이 비기도 전에 준비된 음식이 나오는데 이름도 모를뿐더러 맛도 몰라 골고루 맛보았다. 먹은 것이 아니라 맛보는 것으로 저녁 식사는 끝났지만 배가 불렀다. 청나라 요리가 푸짐하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저녁과는 비교가 안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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