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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젊은 변호사의 새로운 인생찾기

존 스미스 감독의 1998년도 작품 ‘때로는 모든 걸 잃어볼 필요가 있다’(18세 이용가 등급, 폭스 출시)의 원제목은 ‘A Cool, Dry Place’다. 영화의 원작인 마이클 그란트 제페의 소설 제목은 ‘Dance Real Show’이다.

영화사나 비디오 제작사들의 제목 붙이기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영어 음을 그대로 차용하는 무성의 못지 않게 원제목이나 영화 내용과는 동떨어진 우리말 제목도 영화팬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원제목과 우리말 제목을 다 기억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우리말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기대하고 영화를 고른 이로서는 엉뚱한 내용에 화를 돋구게도 된다. 최근 비디오 제작사 폭스는 우리말 제목붙이기에 무척 공을 들이고는 있는데 ‘치즈케익과 블랙커피’‘광끼’ 그리고 ‘때로는 모든 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영어음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에 비하면 성의가 가상하기는 하지만, 우리말 제목이 영화내용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보기도 힘들다. 영화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모든 걸…’은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의 느닷없는 가출로 인해 인생의 위기를 맞게된 젊은 변호사의 새로운 인생찾기를 그린 잔잔한 드라마다. 아내, 직장, 가정, 아이-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믿었던 패기만만한 도시 사나이의 상실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우리말 제목이 유추되었겠지만, 그렇다고 한번뿐인 인생, 모든 걸 잃어볼 필요가 있다고까지 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캔사스의 전원에 자리한 하얀 2층 목조주택.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제법 이름을 얻었던 러스(빈스 본)가 아내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출 이후 정착하여 어린 아들 케빈(보비 모아)과 의지하며 살고 있는 집이다. 할아버지가 보내준 해파리를 “마미”라 부르며 정성을 쏟는 어린 아들을 보며 아내에 대한 애증이 되살아나 괴로운 러스. 이혼의 상처를 안고있지만 명랑하고 긍정적인 베스(조이 로렌 아담스)와 데이트를 시작함으로써 러스의 시골생활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때 아내 케이트(모니카 포터)가 나타난다. 결혼 생활 1년반만에 8개월된 아들을 팽개치고 말 한 마디 않고 집을 나갔던 아내. 어린 아들은 주춤거리면서도 제 어머니를 반기지만 러스는 그럴 수가 없다.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하는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박대할 수 없는 아내다. 그러나 과거의 사랑이 깊고 절실한 만큼 아내가 아무런 설명 없이 집을 나갔다가 느닷없이 돌아와 아들에게 정을 쏟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책임하게 가정을 팽개치는 아버지, 어머니가 할리우드 영화에는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때로는 모든 걸…’에서는 이 부분을 러스와 케이트의 대화로 이해시키려 한다. “애를 잘 키웠더군요”“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미워해야만 했어” “한 남자를 만났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당신만 날 사랑했을 뿐, 난 그 남자를 사랑했어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떠날 수 밖에 없었어요.”

아내와 엄마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았던 여자. 아버지의 역할을 너무나 잘 해내는 남자. 이 둘 사이에서 영리하게 자기 역할을 찾는 어린 아들과 새로운 여인. 네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전원 풍경과 정감 넘치는 음악, 네 배우의 호연으로 갈무리한 영화다.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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