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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경복궁 동십자각

궁(宮)과 궁궐(宮闕)의 차이는 무엇일까? 서울에는 대체로 조선왕조의 5대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이 남아 있어, 그나마 서울이 600여년의 고도임을 대변하고 있다.

궁에는 보통 주위에 담벽이 쳐져 있고, 그 담벽에 4대문이 있게 마련.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慶福宮)을 한번 보자.

동쪽에는 건춘문(建春門), 서쪽에는 영추문(迎秋門), 남쪽에는 정문인 광화문(光化門), 그리고 북쪽에는 신무문(神武門)이 자리하고 있다.

그 4대문엔 수문장과 포졸들이 궁을 경비하게 되어 있었다.

또, 정문인 광화문 좌(동쪽), 우(서쪽)의 담벽 귀퉁이에 ‘궐대(闕臺)’라는 것이 있어, 그위에서 초병이 부릅뜬 눈으로 사주 경계를 했다.

그래서 궁의 ‘궁(宮)’자와 궐대의 ‘궐(闕)’자를 합해서 ‘궁궐’이라 불렀던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궁이라 할지라도 ‘궐대’가 없는 것은 ‘궁궐’이라 부를 수 없다. 그냥 ‘궁’이라야 옳다.

5대궁 가운데 궁궐은 정궁인 경복궁만이 ‘궁궐’이라는 말이 가능하다. 다른 궁은 ‘궐대’가 없기 때문이다. ‘궐대’가 바로 오늘날 초병의 초소격, 옛 망루(望樓)인 것이다.

경복궁에는 동궐대(동십자각)와 서궐대(서십자각)가 경복궁 건립초기부터 함께 했다. 이 궐대를 일제가 우리국토를 유린하면서 민족정기 말살 차원에서 정궁인 경복궁의 근정전(勤政殿)앞에다 흥례문을 부수고 근정전 보다 더 크고 우람한 건물, 시멘트 더미의 총독부 청사를 지어 경복궁을 가렸던 것이다.

그것으로도 성이 덜 찼던지, 남의 궁궐 안에다 조선물산공진회(오늘날 산업박람회)라는 것을 개최한답시고 궁궐내의 수많은 전각을 뜯어내 저들 입맛대로 요정, 유각에 심지어는 일본으로 까지 밀반출, 그네들의 뜨락에 조경용 정자로 까지 사용했다.

뿐만아니라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부수어 여론이 비등하자 궁궐의 동쪽에다 방치했다.

도시계획을 한답시고 궁궐의 멀쩡한 돌담장을 모조리 헐어내고 그들 입맛대로 국적불명의 담장(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의 양쪽 돌담과 연결된 현재의 울타리)을 쌓았다. 또 경복궁의 앞뒤, 좌우로 큰길(신작로)을 뚫었다.

이런 와중에, 궁궐의 영역은 짜부러 들고 서궐대(서십자각)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궐대(동십자)만이 모진 세월과 회오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한몸에 지닌채 600여년의 풍진속에 말없이 서 있다.

서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길에 포위된 어린이가 자동차의 굉음에 놀라 울부짖고 있는 것 같다.

동십자각(東十字閣)! 말없이 경복궁의 한많은 역사를 오늘도 지켜보고 있는 동궐대. 우리 서울시민들은 언제부터인가 이 ‘동궐대’를 두고, 동궐대라는 말보다는 그저 ‘동십자각’이라고 애칭처럼 불러왔다. 동십자각의 ‘동’을 빼고 나면 그냥 십(十)자각이다. 그래서 동십자각 좌우 앞뒤로 길이 뚫려, 십자(十字)길이 트였을까! 세월은 가고 역사는 말이 없다.

이홍환 국학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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