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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파멸로 가는 '장밋빛 유혹'

결손 가정에서 자란 서진숙(18·가명)양은 3년전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해 단란주점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서양은 술집 언니들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며 준 흰 가루약을 술에 타 마시면서 중독에 빠졌다. 처음 그런대로 지낼만하던 접대부 생활은 외박과 마약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약 복용으로 빚만 늘어갔다.

처음 기분도 좋았던 마약 복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변색을 변하게 했고 나중에는 걷기 조차 힘들 만큼 몸이 나빠졌다. 두려운 마음에 몇번 신고를 했으나 허위신고로 생각해선지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 부모도 사회도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다행히 교회를 나가면서 단란주점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러나 약물 중독 여자 청소년을 보호해줄 시설이 없어 가출 여자청소년 보호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진단 결과 결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양은 불안감, 기억력 감퇴, 신경질, 가학행위 등 금단 증상 때문에 더이상 이곳에서 있을 수 없었다.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국립부곡정신병원 약물센터로 옮겼으나 견디지 못하고 결국 퇴원했다. 그 후 서양은 가출과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아직도 마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단할 수는 있어도 끊을수는 없다

서양의 경우처럼 마약은 한번 수렁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잠시 중단할 수는 있어도 끊을 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마약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외아들인 박지만(41)씨는 96년 히로뽕 상습 투약 혐의로 네번째 경찰에 잡혔을 때 “집에 혼자 누워 있으면 히로뽕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교도소에서 지내게 해 달라”고 하소연 했을 정도다.

이처럼 마약 복용의 가장 큰 폐단은 한번 맛을 들이면 몸이 망가져 쓰러질 때까지 평생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검 마약과 통계에 따르면 마약 사범의 재범(再犯)률은 90%를 상회, 모든 형사 사범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반입된 것이다. 본래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마약 제조 국가의 하나였다. 상당 수준의 기술을 지닌 5~6개파 밀조 조직이 히로뽕을 다량 제조,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몰래 수출했다.

그러다 마약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89년 2월 대검에 마약과를 설치하고 그간 보건복지부에 맡겼던 단속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게 됐다. 이때 전국에 걸친 일대 소탕 작전으로 국내 밀조 조직은 와해됐다.

현재 가장 흔하게 유통되는 히로뽕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이 히로뽕은 89년 마약과의 전쟁 당시 구속됐다 풀려난 한국인 밀조책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만들어 역수출한 것이다. 다시말해 제조 장소만 중국으로 건너갔을 뿐 한국인이 만든 것을 역으로 사들여 오는 셈이다.

올해 1/4분기에만 중국으로 부터 약 1,023g의 히로뽕이 밀반입됐다. 보통 성인 한명의 1회 투입량이 0.03㎎임을 감안하면 약 30만명이 동시에 맞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을 통해 히로뽕외에 중추신경억제를 초래하는 강력한 아편 종류인 헤로인도 다량 들어오고 있다. 본래 헤로인은 태국 등에서 나는 것인데 최근에는 중국으로 수입선이 다변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는 중국산 히로뽕과 볼리비아산 코카인, 파키스탄산 해쉬쉬가 3대 마약류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산이 대부분, 점조직형태로 유통

국내에서 마약은 거래 조직원들끼리도 상대 얼굴을 모를 만큼 점조직으로 유통되고 있다. 중국산 히로뽕은 대개 인천이나 군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보통 마약 전과가 없는 일반인을 짐꾼으로 임시 채용해 이들의 수하물에 마약을 넣어 국내 중간판매상에게 전달하는 수법이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조선족들 사이에서 히로뽕 성분이 포함된 ‘살빼는 약’이 대량 유입돼 수사 당국을 당혹케했다.

올해 7월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박모(44)씨는 국내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펜풀루라민 성분이 든 알약 ‘섬수’ 1,500정을 밀반입하다 김포세관에서 적발됐다. 이 섬수는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약으로 알약 형태로 되어 있다.

박씨는 이외에도 안비남동편, 분기납명편 등 히로뽕 성분이 포함돼 있는 약을 ‘살이 빠지고 미용에도 좋다’고 선전하며 대량 구입해 국내 판매책들에 공급했다. 박씨는 중국에서는 히로뽕 성분 약품을 규제하는 않는 점을 악용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이 약은 저순도 마약이지만 값이 싸 주부 학생 회사원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됐다.

또 최근에는 ‘황금의 3각지대(Golden Triangle)’로 일컬어지는 캄보디아에서 제조된 속칭 ‘도리도리(MDMA·메틸렌디옥시메스암페타민)’라는 신종 마약이 국내에서 들어왔다. 알약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약물은 히로뽕보다 값이 저렴한데 반해 환각 작용은 더욱 강해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서울경찰청은 마약 사범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여 242명으로부터 히로뽕 149g과 MDMA 6.9㎏을 압수했다. 적발된 사람중에는 자영업자(35명) 학생(34명) 회사원(26명)외에 주부도 20명이나 끼어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유흥업소에서 MDMA를 술에 타서 마시다가 적발됐다. 최근 유행하는 이 알약식 마약은 운반이 용이한데다 약식 소변검사로는 검출되지 않아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집계 결과 올들어 10월까지 적발한 마약 사범은 1,01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2명에 비해 무려 3.7배나 증가했다.

마약사범 해마다 증가, 청소년이 문제

마약류의 위험성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청소년 약물 복용이다. 청소년의 경우 호기심 많은데다 판단 능력이 떨어져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에 쉽게 빠진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올해 대구 거주 중·고등학생 2,811명(중학생 1,180명, 고등학생 1,63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서 음주를 경험해 본 학생이 1,719명으로 전체의 61.8%, 담배를 피워 본 경우도 32.3%(900명)나 됐다. 환각 목적으로 복용한 약물의 종류로는 진통제(1.8%), 흡입제(1.4%), 수면제(1.0%), 각성제(0.5%), 신경안정제(0.3%), 이뇨제(0.2%) 순으로 나타났다.

환각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청소년중 73.7%가 ‘중학교 이하의 저학년때부터 사용했다’고 답했고 약물 빈도도 48.7%가 ‘1주일에 1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약물 복용 장소는 주로 집이나 공터 빈집 유흥업소 등이며 대개 집단적으로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사용후 저지른 비행 행위로는 성행위가 주를 이뤘다. 대검이 최근 발표한 마약류 사범 연령별 집계에서도 올해 총 마약류 사범 8,350명중 15~19세에 해당하는 청소년 사범이 0.9%인 77명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중 대마초 흡연이 46.8%(41명)로 가장 많고 향정신성의약품 복용도 54.5%(35명)나 됐다.

성인 남자의 1회 투여량인 0.03㎎의 가격은 중간 도매가가 3만~5만원이고 일반 소매가는 10만~15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IMF로 한때 8~9만원대까지 하락한 적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경기 회복으로 소매가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마약은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 잔뿌리 조차 발붙이지 못하도록 당국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다.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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