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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백색의 공포' 에 지구촌이 떤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의 밤거리에서는 사회주의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발디딜 틈없이 만원인 디스코텍의 룸 한켠에서는 마약류인 ‘엑스타시’를 맞고 비틀거리며 테크노 춤을 추는 젊은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체제가 유입되면서 부를 축적한 부유층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낮에는 빈둥거리다 어둠되면 ‘백색 유혹’에 빠져 10대 소녀들과 함께 술과 섹스 파티를 벌인다. 그들에게 타락의 마지노선 조차 없다.

같은 시각 지구의 반대편인 콜롬비아 북서부의 한 농촌마을. 기관단총과 같은 중화기로 무장한 우익 민병대원들이 겁에 질린 농민들을 동네 공터로 끌고 나온다. 곧이어 요란한 총성과 함께 농민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주위는 온통 검붉은 피바다를 이루고 이어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이틀 뒤 콜롬비아 지방 신문에는 ‘한 민병대 코카 재배지역을 통제하에 두기 위해 민간인 30여명 학살’이라는 기사가 조그맣게 실린 것을 끝으로 이 사고는 잊혀진다. 정체성을 상실한 가진 자들의 환각 파티를 위해 잔인한 살육이 아무런 가책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가 마약과의 힘겨운 싸움

전세계는 지금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89년부터 콜롬비아 정부와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온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중남미 아시아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어느 곳도 ‘백색 공포’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다.

연간 2,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가 유통되는 미국은 단연 마약의 최대 소비지이다. 미 정부는 이런 심각성을 인식, 마약의 최대 생산·공급 루트인 콜롬비아 정부에 10년째 수십억 달러의 돈과 무기 등 원조를 해가며 마약 조직과 내전에 버금가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89년 악명이 높았던 거대 조직 ‘그루포 센트랄’의 두목 로드리고 가차를 사살한데 이어 93년에는 “나를 사면하면 콜롬비아의 외채 일부를 갚아주겠다”고 큰소리를 친 최대 마약조직 ‘메데진 카르텔’의 두목 에스코바르를 처형, 조직을 와해시키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 미국의 마약 전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마약조직들이 미국과 콜롬비아의 양동 작전을 피해 활동 반경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전역으로 폭넓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조직도 더욱 점조직으로 세분화돼 적발 자체가 힘들어졌다.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베트남 전쟁 패배’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처럼 미국의 마약 억제 정책이 효과를 못보는 것은 미국 자국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대 마약 소비국인 자국 시장을 봉쇄하는데 드는 비용과 사회적 저항을 피하기 위해 생산국을 봉쇄하는 원거리 정책을 펴왔다. 그리고 1차 생산자인 콜롬비아 농민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마약 조직을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마약을 재배하는 하층 농민들 사이에서 ‘미국이 근본적인 생계 대책없이 빈농들의 삶의 터전만 뺏아간다’는 불만이 쌓이게 됐고 은근히 마약 조직을 감싸는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단속이 점점 힘들어 지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콜롬비아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마약이라고 말할 정도다. 콜롬비아는 연간 총 100억달러 안팎의 수출을 하고 있는데 이중 25억~40억달러가 마약 수출 대금인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 마약 조직들은 국제적인 금거래나 전자제품 수출 등의 수법으로 돈세탁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새로운 마약 생산지로 부상

최근 들어서는 분쟁지역인 아프카니스탄이 새로운 거대 마약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유엔마약통제본부(UNDCP)가 발표한 연례 아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아프카니스탄의 생아편 생산은 지난해 2,100톤에서 올해는 4,600톤으로 2배이상 급증했다.

이것은 ‘황금의 삼각지대’인 미얀마(1,200톤) 라오스(124톤) 등과 남미 콜롬비아(102톤)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3배가 넘는 것으로 전세계 불법 아편 생산량(6,000톤)의 76.7%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현재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총 31개 자치구중 18개 자치구에서 아편이 재배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의 아편 생산을 차단키 위해 UNDCP는 올해 이란에 사무실을 개소해 이란 정부와 공동으로 1,300만달러를 들여 약물통제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또 아프카니스탄에서 중앙아시아로 마약이 밀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프카니스탄산 마약의 사정권내에 들어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달초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내무장관과 국가안보 책임자들과 함께 모여 마약과 무기 거래에 대한 정기 공동 안보 회의를 가지며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했다.

유럽, 마약으로 한해 4,000명 사망

유럽도 마약 취약지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현재 약 3억7,500만달러의 유럽연합(EU) 인구중 0.4%인 150만명 이상이 중증 마약 중독자로 추정되고 있다. EU 마약 및 마약중독 감시를 위한 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내 마약 복용자가 무려 4,0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마약으로 목숨을 잃는 자도 한해동안 7,000명에 이른다. 이 보고서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청소년 마약 사용률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EU는 91년부터 마약 유통 방지에 공동 대응을 취하기로 하는 한편 돈세탁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화와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마약 유통은 세계화되면서 그 단위 조직은 차츰 점조직화하는 추세에 있다. 풍부한 자금에 조직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마약조직과 싸움은 ‘무기없는 전쟁터’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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