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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기지개 활짝 "특혜는 무슨…"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전, 일곱 나라로 갈라졌던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왕조는 진(秦)나라였다.

진나라는 여러 면에서 특이한 나라였다. 기원전 230년 한(韓)나라 공략을 시작으로 정복전쟁에 나선지 불과 10년만에 6개 나라를 굴복시켰으며, 통일 왕국을 세운지 14년만인 기원전 207년에 허망하게 망해 버렸다. 요컨대 불같이 일어났다가 불같이 사라졌던 것이다.

진나라가 이처럼 순식간에 몰락하게 된 것은 조고(趙高·?~B.C. 207)라는 환관 출신의 간신이 승상(丞相)에 올라 전횡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다음은 조고의 전횡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

어느 날 조고가 2세 황제인 호해(胡亥)와 함께 궁궐 정원을 산책중이었다. 호해가 정원에서 놀고 있는 사슴을 보고 “사슴이 예쁘구나”라고 말하자, 조고가 “폐하, 저것은 사슴이 아니라 말입니다”라고 우겼다. 호해가 “승상은 왜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냐”며 핀잔을 주었으나 조고의 권세를 두려워 한 다른 신하들은 오히려 조고의 편을 들어 “사슴이 아니고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속인다’는 뜻인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의 배경이기도 한 사건이었다.

98년을 분기점으로 급상승

국내 10대그룹중 유일한 호남기업인 금호그룹은 ‘지록위마’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조고가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금호그룹이 특혜를 받고 있다”라는 재계의 평가에 대해 금호그룹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금호그룹 특혜설’이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인 ‘아시아나 항공’의 승승장구는 금호그룹을 둘러싼 ‘지록위마’같은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올들어 아시아나 항공은 가히 ‘급상승’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경영에 탄력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12월6일 코스닥 등록을 위해 주식을 공모했는데 무려 20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주식공모 주간사인 대신증권 관계자는 “개인들에게 2,000만주가 배정됐는데 모두 3억9,152만주의 청약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불과 2년전만해도 만성적 적자구조로 자본잠식 규모가 2,967억원에 달했던 아시아나 항공이 공교롭게도 98년을 분기점으로 활력을 되찾게 된 이유는 뭘까. 금호그룹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경쟁 기업인 한진그룹은 물론이고 재계의 일반적 인식은 그와 사뭇 다르다.

아시아나 항공의 99년 경영실적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양호하다. 대신증권은 아시아나 항공의 기업설명 자료에서 “아시아나 항공은 탑승률 상승과 운임인상, 화물운송량 확대로 인한 매출 증가로 안정적 외형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99년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각각 1조7,013억원과 1,450억원, 2000년에는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1조8,130억원과 2,02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기업분석실 송재학 대리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기업의 경영실적이 이렇게 호전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불행은 곧 나의 행복

문제는 아시아나 항공이 순식각에 ‘알짜배기’회사가 된 이유가 경쟁기업의 위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99년 탑승률(국제선 75.9%)이 대한항공보다 높아진 것은 자체적 역량보다는 대한한공의 추락과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역시 “경쟁사의 잦은 사고에 대한 건교부의 제재조치로 상대적으로 아시아나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 것이 경영호전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이다.

요컨대 정권교체이후 대한항공 최고 경영자가 구속되고, 대통령이 그동안 외국방문때 독점으로 이용하던 대한항공 대신 아시아나 비행기도 번갈아 이용하는 것도 아시아나에 프,ㄹ러스가 됐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이에 대해 매우 억울해 하고 있다. 후발 항공회사라는 이유 때문에 주요 황금노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으며 호남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또 대한항공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잦은 사고 때문이며,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 3%포인트 가량 높은 탑승률을 올리게 된 이유도 항공기 평균 연령이 4.07년으로 세계 40대 항공사중 가장 낮다는 것을 적절히 홍보한 것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구설수에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한 금호그룹 총수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감원은 8월18일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 등 금호석유화학 공동대표 4명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호그룹 총수일가가 98년 4월 금호타이어와 금호건설의 합병에 대한 내부정보를 이용, 금호타이어 주식을 매매해 총 9억2,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혐의내용의 심각성이 사뭇 다르지만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일가가 검찰에 줄줄이 불려가는 등 망신을 당한 것과는 너무 대비된다”고 말했다.

물론 금호그룹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증권거래법 판단착오로 빚어진 것이며, 그룹 상장사 주가관리를 위해 벌어진 ‘종업원의 자사주 갖기운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일본 쇼각칸(小學館)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대의 인기가 아니라 역사의 평가를 더 중시한다”고 밝힌 것처럼 금호그룹이 정권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는가의 여부도 결국 역사를 통해 밝혀질 사항인 것이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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