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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중화민족, 식민지 유산 털어내다

“1999년 12월20일, 중국정부가 아오먼(澳門)의 주권을 회복해 행사하게 된다. 이것은 중화민족이 20세기말에 또다시 국치를 씻고 활개를 펴는 성대한 일이다. 아오먼 회복은 중국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갈망하는 공동의 염원이었다. 우리는 식민통치가 끝난 아오먼이 장차 조국과 함께 휘황찬란한 21세기로 일로매진하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내일의 아오먼은 훨씬 좋아지리라(澳門明天會更好)!”

중국 관영 계간지 스따이차오(時代潮) 최근호는 20일로 다가온 마카오 주권회복을 기념한 특집기사에서 이같은 축사를 실었다. 중국명 아오먼(澳門), 마카오 주권회복은 축사에 나온대로 중국이 식민지 피침의 치욕을 씻는 쾌거다. 2년6개월전 홍콩 주권회복에 이은 또 하나의 민족적 잔치다.

마카오 미래의 거울은 홍콩

하지만 잔치를 바라보는 중국 국내외의 관심은 이전의 홍콩과는 판이하다. 홍콩 주권회복을 앞두고 나왔던 세계의 우려와 기대, 특히 미국의 시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홍콩 면적의 62분의 1 크기에, 인구도 11분의 1에 불과한 마카오의 덩치를 반영하는 것일까. 더 큰 이유가 있다.

중국과 세계가 먼저 벌어진 홍콩의 잔치에서 ‘메인 디쉬’를 실컷 맛보았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중화 대잔치의 ‘디저트’인 셈이다.

디저트로서 마카오의 위상은 주권이양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에 실험된 ‘1국가 2체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앞으로 50년간 마카오가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고도의 자치를 누리게 된다’는 중국정부의 약속도 홍콩의 복사판이다. 초대 입법국(국회) 수장이 여성이라는 점도 똑같다. 홍콩이 지난 2년반 동안 걸어온 궤적은 앞으로 마카오의 진로를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중국에게 마카오는 가장 먼저 외국의 지배하에 들어가 가장 늦게 되돌아 오는 땅이다. 1557년 명나라가 포르투갈에 조차해준 지 442년만이다. 포르투갈이 최초에 마카오를 획득한 상황은 식민지 침략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명나라는 서양 어느 나라와 겨루어도 약하지 않은 존재였다. 포르투갈이 마카오에 거주하게 된 것은 자기를 낮춤으로써 비로소 가능했다. 명나라 정부에 ‘조공품을 말릴 장소가 필요하니 거주를 허락해 주십사’하고 부탁해 거주권을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약체화는 포르투갈의 욕심을 자극했다. 1887년 청나라 정부를 압박해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함으로써 마카오를 식민지로 정식 할양받은 것이다. 영국이 아편전쟁을 통해 홍콩을 할양받은 지 5년만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국이 마카오의 주권을 회복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112년만이다.

포르투갈은 20세기 들어 두차례나 자진해서 마카오를 중국에 반납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화대혁명 중인 64년 마카오에도 민족주의 바람이 몰아쳐 폭동이 일어나자 포르투갈측이 반환 의사를 표명했다. 74년에는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포르투갈 정부가 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중국정부가 논의를 거부했다. 중국정부가 마카오를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9년 양국수교뒤 반환공식논의

마카오 반환이 공식 논의된 것은 양국의 수교가 이뤄진 79년 파리회담에서 였다. 이 회담에서 중국은 마카오의 영토주권을 인정받고, 대신 포르투갈에 행정권을 위임했다. 양국이 정식으로 반환협상에 나선 것은 홍콩반환 협정이 체결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84년 홍콩반환에 관한 중-영 공동성명이 나온 뒤 중국과 포르투갈은 반환협상에 들어가 87년 타결지었다. ‘중국영토인 마카오의 통치권을 1999년 12월20일 중국에 이양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카오의 전성기는 16세기부터 18세기 중엽. 이 기간 마카오는 포르투갈이 중국, 일본과 교역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화물집산지였다.

18세기 말부터 사정은 변했다. 영국이 중국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화물집산지와 교역지가 홍콩, 광둥(廣東), 상하이(上海)로 옮겨간 것이다. 마카오의 협소한 덩치와 항만조건도 쇠퇴에 한몫을 했다. 마카오 연안은 수심이 얕아 범선을 제외한 대형 화물선은 정박할 수 없다. 요즘도 주요 교역지역인 홍콩에서 오는 화물선은 한바다에 정박한 뒤 바지선으로 물자를 다시 실어 나른다.

포르투갈문화 보전·관리가 관건

마카오가 현재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별 것 아니다. 홍콩과 달리 금융시장과 기술력에서 내세울 게 없다.

다만 인근의 주하이(珠海) 경제특구와 연계한 얼마간의 경공업과 성장 잠재력이 있을 뿐이다. 마카오의 자산은 뭐라해도 도박과 관광지로서의 명성이다. 특히 일찌기 아시아에 이식돼 발전돼 온 서양 가톨릭 문화가 마카오의 매력이다. 전문가들은 “마카오가 현존 포르투갈 문화를 제대로 보전·관리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어둡다”고 경고한다.

20일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대거 주권회귀 행사에 참여한다. 무르익고 있는 대중화권 출범을 자찬하며 한판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잔치가 끝난 뒤 마카오는 ‘아시아의 가톨릭 성지’로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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