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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주먹' 앞에 놓인 '마카오의 밤'

12월6일, 마카오와 마카오에 인접한 광둥(廣東)성에서 조직범죄단 8명이 동시에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마카오에서 비공식‘지하은행’들을 대상으로 총기강도 행각을 벌여 3,000만 홍콩달러를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카오와 중국 공안의 합동단속에 걸려든 이들 8명 중 5명은 대륙(중국)인이고, 여자도 1명이 끼여 있다.

이 사건은 20일 주권이양을 앞둔 마카오 치안의 고민을 압축하고 있다. 대륙출신 범죄단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마카오에서 조직범죄단 사이에 혈투가 끊이지 않았던데는 이른바 ‘대륙파’가 큰 원인을 제공했다. 마카오 이권을 분할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던 기존 범죄단의 판도에 대륙파가 파고 들면서 교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마카오는 ‘작지만 큰 황금시장’

이같은 사정은 대륙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륙 자생파와 홍콩·마카오에서 원정간 세력들간의 전쟁이 최근 대륙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전쟁터는 남동해안의 경제특구들과 상하이(上海) 등 신흥 도시. 개방 물결을 타고 번성하는 주요 도시들이 ‘황금 범죄시장’이 된 셈이다. 이것은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으로 귀속되면서 범죄단들의 교차 활동도 그만큼 활발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 범죄단의 주요 수입원은 매춘, 마약 밀수, 도박장 이권이다. 최근에는 총기밀수에도 손을 대고 있다. 특히 마카오는 도박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주를 이룬다. 당연히 ‘작지만 큰 시장’으로 범죄단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여기다 주권 이양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맞물려 범죄단들의 세력다툼이 가열됐다. 마카오에서 올들어 범죄단간 전쟁이 27차례 벌어져 1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홍콩과 마카오의 자생 범죄단을 보자. 홍콩·마카오 범죄단들을 통칭하는 삼합회(三合會·일명 트라이어드)는 흔히 “조직의 은밀성이 미국 중앙정보부(CIA)를 능가한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대체적인 윤곽은 나와 있다.

삼합회는 과거 반청복명을 꿈꾸던 비밀결사 천지회(天地會)가 변질된 범죄조직들을 일반적으로 일컫는다. 따라서 특정 범죄단이 아니라 암흑가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다. 삼합회는 홍콩을 중심으로 마카오, 대륙, 대만, 해외 화교 집단거주지 등에 50여개 조직이 흩어져 있다. 조직원 총 수는 최대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홍콩 삼합회의 주요 세력은 7개 파벌. 44개의 산하 조직을 거느린 최강자 홍파산쭝이탕(洪發山忠義堂·일명 14K)을 비롯한 허허투(和合圖·산하 조직 53개), 취엔이쉬엔(全義軒·52개), 통러비에수(同樂別墅·39개), 차오빵(潮幇·13개), 이통허(義同和·15개), 리엔잉서(聯英社·4개)가 그들이다. 이들이 최근까지 홍콩과 마카오의 암흑가를 분할 통치해 왔다.

조직들간 세력 넓히며 충돌

하지만 이들에게 심각한 도전세력이 나타났다. 대륙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자생한 대륙파 조직들이 홍콩과 마카오, 대만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삼합회도 대륙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양자간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홍콩·마카오에서 자리를 굳힌 대표적인 대륙파 조직은 따취엔즈(大圈仔)와 후난빵(湖南幇)이다. 최근 홍콩으로 건너온 대륙출신들이 모여 본토 암흑가와 손을 잡고 세력을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조직이 상당수다. 조직의 역사가 짧은데다 게릴라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길만 건너면 다른 조직이 밤을 지배한다”는 농담이 떠돌 정도다.

결론적으로 마카오가 자생파와 대륙파간의 전쟁터가 된데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외부적 요인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97년 7월1일 홍콩주권 회귀다.

홍콩이 반환되면서 마카오로 ‘폭력 이민’간 홍콩세력과 새로운 시장을 찾는 대륙세력이 부딪힌 것이다. 내부적 요인은 마카오 관광·도박산업의 매력이다. 게다가 독점상태에 있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이 2001년 경쟁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더욱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마카오에서 활동중인 양세력의 주요 거점은 광둥성 주하이(珠海) 경제특구.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마카오로 밀입국이 쉽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 문회보는 중국 공안당국이 주하이 특구에서 범죄단 색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카오 반환을 앞둔 치안확보 차원에서다.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색출기간 중 체포된 주하이 특구의 조직범죄 단원은 85명. 해체된 조직만도 25개에 달한다.

삼합회와 대륙파 범죄단은 이미 대만으로도 세력을 뻗쳐 현지 범죄단과 격돌하고 있다. 중국대륙, 홍콩, 마카오, 대만을 아우르는 대중화권 창출은 중국 지도부의 염원이다. 어쩌면 이같은 염원은 이미 조직 범죄단들이 한 발 앞서 실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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