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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1999]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한미국

연 평균 8%를 웃도는 높은 경제성장률, 주가지수 1,000선을 넘나드는 주식시장, 20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 속출하는 억대 부자들….

‘올드 밀레니엄(Old Millenium)’의 마지막 해인 1999년 한국 경제가 이뤄낸 자랑스런 성과들이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우리는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했습니다”라고 선언한 것처럼 99년 한해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가히 ‘우등생’수준이다.

그러나 학과성적이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품행이 바르지 못하면 ‘진정한 우등생’으로 불릴 수 없듯이 한국 경제 역시 ‘진정한 우등생’으로 불리기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가 겉으로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IMF이후 국민1인당 빚 210만원

사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재정부문에서는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공공부문 부채가 적은 편이었다. 96년말 기준으로 정부부채는 국채 및 차입금이 33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6%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48%), 일본(75%) 등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불과 2년만에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96년말 33조7,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98년말 72조4,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말에는 정부 예산 및 공공기금상의 채무와 공공차관을 합한 국가채무가 94조5,000억원(GDP대비 20.2%)까지 불어났다. 요컨대 국민 1인당 21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의 증가추세가 최소 2005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으며,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 민간부문 부채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가 두배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펴낸 ‘1999년의 분석과 2000년의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가채무 현황에 있어서 가장 우려할 점은 그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97년 외환위기 이후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매년 5%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에는 국가채무가 116조1,000억원(GDP대비 23.0%), 2001년에는 135조4,000억원,

그리고 2005년에는 171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결국 2005년에는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철 모르는’ 갓난 아이도 400만원의 빚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질적 국가채무 이미 20조원 넘어

더욱 심각한 것은 겉으로는 민간부채이지만,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실상 정부가 떠맡게 된 부분까지 감안하면 실질적 국가채무가 이미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96년만 하더라도 정부가 보증한 민간부채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에 대한 보증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금액도 7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개은행을 퇴출시키고 제일·서울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조성된 64조원의 공적자금과 98년초 시중은행들이 217억달러(26조원)의 단기외채를 중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것까지 감안하면 2000년 벽두에 ‘대한민국 정부’가 짊어져야 할 국가부채는 GDP의 49%인 214조5,000억원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200조원이 넘는 ‘나라 빚’에 대한 이자를 갚기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를 빠른 시일내에 줄여나가지 못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까지 염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15조원 가까이 불어난 국가채무는 정말로 후손들을 영원한 빚더미에 올려놓을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우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관련 정부부처의 공식입장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이다.

기획예산처는 올 4월 내놓은 자료에서 “2005년까지는 직접적 국가채무가 171조원까지 팽창하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또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20.2%)은 일본(75%), 미국(48%), 프랑스(46%), 이탈리아(119%) 등 선진국과 비교할때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빚으로 빚을 갚는 최악의 사태는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국가채무와 관련, 많은 연구자료를 내놓고 있는 LG경제연구원도 일단 “최악의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대규모 재정적자 지탱가능한 수준인가’라는 자료에서 “99년까지 구조조정작업이 일단락되고, 2000년에도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인다면 빚이 빚을 낳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윤종일 연구원은 “2000년말 기준 국가채무가 GDP대비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이자부담을 제외한 재정수지가 GDP대비 0.5~0.6%의 흑자를 낼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2000년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 상환 가지 않을 것" 전망도

하지만 국가채무에 대한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의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국가채무 누적의 영향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한 64조원중 41조원 가량이 회수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조사국 금융연구팀의 서병한 선임조사역은 ‘통안증권의 유지가능성 및 변동행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97년말 37.5%에 불과하던 GNP대비 정부채무(광의) 비율이 99년 1·4분기에는 위험수위인 83.5%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국민들로서는 정부의 장담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200조원이 넘는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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