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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1999] 언론, 부끄러움을 넘어 치욕으로

“내가 기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럽다”

중앙일간지 한 정치부기자의 탄식처럼 올해는 언론인들이 고개를 들 수 없는 한해였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권력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백일하에 드러났고 기자들뿐만 아니라 언론사 최고경자들의 구속까지 겹쳐져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사상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고 할 수 있다.

9월17일 국세청이 보광그룹의 조세포탈내역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고 보광그룹 소유주인 중앙일보 홍석현사장을 조세포탈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언론계로서는 남은 한해가 순탄치 않음을 직감했다.



홍두표·홍석현사장 구속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착수해 10월2일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23억3,000여만원을 포탈하고 공사비 리베이트 6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홍사장을 구속했다.

홍두표 한국관광공사사장이 KBS사장 재직중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5월20일 구속된데 이은 두번째 중앙언론사 사장 구속이었다. 홍사장의 사법처리에 대해 중앙일보가 보여준 모습은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홍사장이 소환되자 중앙일보기자들이 대검청사로 몰려나와 “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치는 모습이 TV를 통해 알려지자 국민들은 눈쌀을 찌푸렸다. 또 중앙일보는 홍사장의 구속을 현정권의 언론장악음모로 규정, 10월2일자부터 5회에 걸쳐 ‘국민의 정부-언론탄압실상을 밝힌다’는 시리즈를 게재했지만 PC통신 등에는 오히려 중앙일보를 비난하는 통신인들의 글이 많이 오르기도 했다.

‘미디어 오늘’ 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4.1%가 홍사장 구속을 ‘매우 잘한 조치’라고 응답한 반면 ‘잘못한 조치’는 21.5%에 불과해 국민들이 언론을 보는 시각을 가늠할 수 있었다.

홍사장은 12월14일 법원으로부터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석방됐지만 천용택 국정원장의 ‘DJ 정치자금’발언 파문을 통해 97년 삼성그룹의 부탁을 받고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해준 사실이 밝혀져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언론문건, 회복하기힘든 상처

10월25일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의 언론장악보고서 폭로사건으로 언론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건의 배후에 정치부기자들이 개입한 것이 속속 밝혀졌다. 중앙일보 정치부기자출신 문일현씨가 평소의 생각을 정리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 전달했고 이를 평화방송 정치부 이도준기자가 몰래 복사해 정의원에게 넘겨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언론자유에 앞장서야 할 기자가 뒤에서는 언론장악방안을 작성해 여권의 실세에게 주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물론 언론계가 경악했다. 게다가 이도준기자와 정의원이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이 불거지는 등 일부 정치부 기자들의 권력줄대기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베이징에 머물던 문기자가 귀국했지만 이 사건해결의 결정적 열쇠인 컴퓨터에 내장된 문건원본을 이미 교묘한 방법으로 파기해 놓아 검찰은 문건작성과 실행여부 등 이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거의 해명하지 못한채 정의원의 사법처리에 주력하는 이상한 형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앙일보사는 문기자를 파면하고 이기자는 절도혐의로 구속됐지만 기자들은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도 자칫 차기대권의 꿈을 접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도마위에 오른 언론인 윤리

최근 천용택 국정원장의 ‘DJ 정치자금’발언 파문으로 언론인들의 직업윤리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천원장은 12월15일 서울지검 출입기자 20여명을 국정원으로 초대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자금법개정 이전인 97년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삼성측의 돈을 받았지만 정치자금법이 통과된뒤 또다시 들어온 돈은 빠꾸시켰다(돌려주었다)”고 말한 사실이 정치권으로 새나가 파문을 일으켰다.

국정원측이 수차례 비보도를 강조했기 때문에 당시 참석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았는데도 하룻만에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은 천원장의 발언내용을 샅샅히 알고 16일 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를 인용한 것이다.

국정원측은 “간담회에는 극소수의 국정원 고위간부만 참석했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을 통해 하루만에 정치권으로 내용이 흘러가기는 불가능하다”고 내부누설의혹을 부정했다. 언론계나 정치권에서도 참석기자들이 각자 회사에 정보보고형식으로 보낸 내용을 정치부쪽 기자가 회람한뒤 정의원이나 한나라당측에 알려주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언론계는 일부 구성원들의 비윤리적 행태로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언론보도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잇따라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내는가 하면 5월11일에는 MBC ‘PD수첩’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목사의 이단성여부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하던중 교회 신도가 난입해 방송이 한때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안팎으로 수난을 거듭한 한해였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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