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우린 중산층이고 싶어요"

12/29(수) 18:27

주부 K(36)씨의 남편은 모 대기업 과장이다. 남편은 지나칠 만큼 억척이다. 고교졸업 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양복재단 기술을 배웠다.

10여년 전 기성복 시대가 도래하면서 양복점 종업원을 그만두고 현재의 직장에 입사했다. 남편은 해마다 회사에서 근면상을 탈 정도로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학벌없이도 과장이 될 수 있었다.

남편이 지금까지 가족과 외식 한번 안했을 만큼 검소해 다툴 때도 많았다. 생일도 집에서 미역국으로 때운다. 더러 손님을 초대하긴 하지만 아끼긴 마찬가지다. 휴가를 가도 텐트와 버너는 필수적이다. K씨는 “처음에는 멋이라고 여겼는데 최근에는 처량한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저축은 IMF 전 70만원에서 30만~40만원으로 줄었다. 수입은 150만원 월급에 분기별 성과급 200만~300만원. 초등 4학년, 유치원생인 아들 과외는 피아노 교습과 학습지가 전부다. 대신 남편이 퇴근 후 밤늦게 까지 아이들을 가르친다. 자신은 못배워 힘들었다며 피곤도 잊고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

K씨는 중산층이기를 원한다.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일어선 셈이다. 어찌보면 중산층이고, 어찌보면 서민층이라고 느낀다. 남편은 자수성가했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틴다.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왔고, 그런만큼 누구에게도 떳떳하다.

최악 상황에는 재단기술이 있으니까 세탁소라도 할 생각이다. 남편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에서는 않고 중고로 산 컴퓨터로 퇴근 후 사이버 거래를 한다. K씨 남편의 2000년 희망은 살아남는 것이다. 아이들이 대학졸업할 때 까지만 회사에서 일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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