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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날리며 정치판 속으로...

12월10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299명 전원이 고발됐다. 피고발 사유는 직무유기.

“예산안을 비롯한 400여건이 넘는 민생관련법안과 개혁법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국회의원들이 이를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총선준비를 빌미로 국회에 아예 출석조차 않고 있어 이들을 고발하게 됐다.” 이날 서울지검에 제출된 고발장 내용이다.

고발자는 ‘민주노동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소속 18명이다. 민주노동당은 2여1야의 기존 3당 체제에 도전해 희미하게나마 형성되고 있는 정치세력의 선두주자다.

민주적·자발적 참여방식으로 재정해결

민주노동당 창당발기인 대회가 열린 것은 올 8월29일. 7,000여명의 발기인 중 1,800명이 참가해 당명을 결정하고 지도부를 선출했다. 발기인 대회 기금은 발기인 7,000여명이 3만원씩 낸 2억1,000만으로 충당했다. 민주노동당은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자금 조달이 기존 정당과는 전혀 다른 민주적,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민주노동당은 최근 한달에 1만원씩 당비를 내는 당원이 1만명을 돌파했다. 이상현 대변인의 주장. “민주노동당은 당 재정을 당비로 조달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국민회의의 경우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6,000여명에 불과하다. 당 재정에서 당비가 차지하는 몫이 1%에 못미친다. 다른 정당도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회의를 비롯한 기존 정당은 근대적인 의미의 정당이 아니다.”

준비위원회는 내년 1월말 민주노동당을 공식 창당해 출범시킬 계획이다. 준비위를 구성하는 세력은 다양하다. 지난 15대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을 후보로 밀었던 ‘국민승리 21’이 골간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계, 법조계, 의료계, 정계, 청년활동가, 학생,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두루 참가하고 있다.

지도부 면면도 이같은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권영길 상임대표(전 국민승리 21 대표)와 단병호(민주노총 위원장), 양연수(전국빈민연합 의장) 공동대표가 정점을 형성하고 있다. 천영세 사무총장(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대표), 김귀식 고문(전 전교조 위원장) 등 고문 8명, 정윤광 조직위원장(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등 주요 위원장 12명이 허리를 이루고 있다.

민노총·전교조 지지확보가 핵심과제

민주노동당의 핵심 지지세력은 역시 노동자층일 수 밖에 없다. 100만명이 넘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소속원을 확실하게 끌어 들이는 것이 당의 핵심 과제라고 한다. 노조의 정치참여를 허용한 법이 민주노동당에게는 백만대군 처럼 느껴지는 눈치다.

젊은층을 포용하는 것도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에게는 필수적인 과제다. 천리안과 나우누리 등에 인터넷 웹사이트(www.kdlp.org)를 개설한 것은 이와 관계깊다. 당원모집과 정치개혁토론장을 마련하고 있는 이 웹사이트에는 하루 조회가 2,000여건에 달할 때도 있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측의 이야기다.

이상현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기존 보수정당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대표와 당명, 강령을 다수 당원이 결정하는 게 첫째다. 보스의 공천이 아니라 당원이 후보를 결정하고, 각종 당직에 여성 30% 할당제를 규정한 것도 그렇다. 아울러 재벌과 대기업의 후원이 아닌 당원의 당비로 운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결국 당운영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정당이라는 말이다.

정책정당으로서의 위상도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큰 목표의 하나다. 잠재적 지지기반인 노동자, 농민, 빈민, 소시민을 위한 복지정책과 세제개편, 정치개혁이 정책의 골자다. “부패정치와 독점경제, 정치인-관료-재벌 3각동맹의 고리를 끊는 대안 정치세력”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진짜 대안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내년 4월 16대 총선에서 원내진출에 성공할 것인가이다. 실패할 경우 민주노동당은 또다시 ‘찻잔속의 실바람’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측은 일단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이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정치싸움의 여파로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했고, 지지정당없는 무당파·부동층이 60%대에 이르고 있는 상황도 희망적이라고 한다.

‘지역우석’이냐 ‘계층우선’이냐

민주노동당측은 지난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구 지지자들이 선정한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후보가 유효투표의 45.9%를 획득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2위 한나라당 후보와 1만1,000여표의 대차를 기록한 압승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이 선거가 일차적 실험이 성공적이었음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의 흐름이 과연 민주노동당의 희망대로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기존 3당의 지리한 정쟁은 결국 내년 총선을 ‘전례없는 지역성향의 투표’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민주노동당이 주요 지지세력으로 보고 있는 노동자층이 ‘지역우선’이 아니라 ‘계층우선’으로 표를 던질 지 여부는 극히 미지수다.

민주노동당은 9일부터 18일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지하철 선전물 배포’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표를 방지할 100% 비례대표제와 선거공영제 실시가 선전물의 주요 내용이다. 지역구에서 당선이 안되더라도 정당투표율을 이용해 한명이라도 원내에 진출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진보정당 착근 실험은 궁극적으로 16대 총선결과에 달렸다.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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