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계] 선거법 다툼에 해 바뀌는 줄 모르고…

12/29(수) 18:56

세밑정가가 대결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정국을 달궜던 정쟁과 갈등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고 새천년으로 옮겨붙어 갈 조짐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쟁의 핵심 불씨는 내년 4월총선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개정안을 둘러싼 갈등. 여야는 그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소선거구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견을 모아가는 듯 했으나 자민련이 몽니를 부리고 나서는 바람에 원점을 맴돌고 있다.

박태준총재 등 자민련내 TK세력은 당초 주장했던 중선거구제 추진이 어렵자 이제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대도시 지역은 2~3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실시하자는 안이다.

현재 정치 구도상 소선거구제로는 자민련이 충청과 일부 수도권이외의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기는 매우 힘든 것이 사실. 자민련은 이같은 상황을 선거구제 변경으로 개선시켜 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복합선거구제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 복합선거구제를 여야 합의하에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법개정안 놓고 2여 신경전, 한나라당은 ‘느긋’

선거구제를 둘러싼 2여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자민련은 국민회의가 복합선거구제에 소극적인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민련은 복합선거구제가 안될 바에는 한나라당과 공조해 아예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국민회의가 가장 싫어하고 한나라당이 가장 선호하는 제도이다. 자민련은 국민회의가 내심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소선거구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자신들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무산후 벌써부터 연합공천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구제갈등까지 겹쳐 2여의 내년총선공조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2여 갈등을 여유있게 지켜보면서 내년총선구도가 가장 바라는 방향으로 잡혀가고 있는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여야는 30일까지인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선거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자민련이 복합선거구제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연내 선거법 마무리는 힘들 것 같다. 청와대측은 선거법개정 마무리를 전제로 연내 여야총재회담을 열어 털 것은 털고 새천년의 비전과 희망의 정치를 논의하자고 야당측에 제의해놓고 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연내총재회담성사는 극히 불투명하다.

내년 총선구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려는 여야의 신경전도 치열해 지고 있다. 2여합당무산이후 김종필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자민련의 당세확장이 그 한 예. 김총리는 지난주 한나라당 이한동의원과 만나 당총재직 등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원도 사실상 자민련 입당의사를 굳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이한동의원의 자민련행에 몇명의 의원이 동행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내에서 상당한 계보를 형성했던 이의원이

‘지참금’으로 적지않은 의원들을 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에서는 이의원을 따라갈 의원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그의 계보에 속했던 의원들일지라도 선거를 앞두고 총선경쟁력에 플러스가 되지않는다면 당적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의원과 친하게 지냈던 의원들도 이의원과 함께 행동하는 것에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의원의 자민련행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싸움도 볼만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의원을 철새정치인으로 비하하며 그의 탈당여파를 극소화하기위한 공세를 펴고있다. 자민련의 보수색깔 강화에 대해서도 “이의원 한명이 자민련으로 간다고 해서 자민련이 보수본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보수정체성을 무기로 한나라당내 다른 보수정치인들에게 손을 뻗치는 등 한나라당 흔들기공세를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분명히 해 가고 있다. 여권 2중대 이미지로는 내년총선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보수적 시각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국민회의에 대한 공격 수위도 점차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회의의 시각은 착잡하다. 기본적으로 총선공조를 위해서는 자민련의 당세확장을 용인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자민련의 공격을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계성·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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