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부터 열리는 경제청문회는 5공·한보청문회처럼 스타 의원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여야는 국감에 이어 다시 일전을 펼치기 위해 당차원에서 전력을 쏟고 있고, 의원들도 시간이 부족한 정기국회 회기중에도 스타로의 도약을 꿈꾸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청문회는 과거 폭로와 인신공격으로 쉽게 주목을 받았던 청문회와 달리 이미 의제들이 사법적으로 상당히 검증됐고, 경제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논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국민들의 관심이 덜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여야는 청문회 결과가 당의 향후 진로와 직결돼 있다고 판단, 청문회의 꽃인 ‘공격수’ 즉 특위 위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당은 수출저하,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실업 등 경제문제가 현 정부의 대처방안보다는 김영삼 정부의 정책적 오류의 여파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반면 야당은 경제위기의 심화는 김대중 정부의 부적절한 경제정책 등 타개능력의 한계에도 기인한다는 것을 입증, ‘나라 망친 당’ 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청문회의 모습도 과거와 달리, 여당이 공격적이고 야당은 방어적인 ‘뒤바뀐’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여야의 공격수 선정기준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언변과 공격성 보다는 경제지식및 논리력, 순발력 등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탄생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정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의 면면은 어떨까.

◇국민회의

청문회 특위 위원수는 여야 11대 9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여권은 국민회의 7명, 자민련 4명으로 상정하고 있다. 총괄팀장은 경제전문가로 인수위시절부터 현 정부의 경제정책결정과 환란 대책에 깊이 관여해온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맡는다. 그는 특유의 달변에다 해박한 시장경제 경험과 논리를 갖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여권 청문회팀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는 김 의장을 정점으로 박광태 장재식 이윤수 장성원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김영환 김민석 의원 등 10명을 조사위원으로 내정, 사안별로 교체투입키로 했다. 한보, 기아, PCS선정사업 등 IMF사태 발생때까지 경제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안과 경제정책에 대한 주공격은 초선의원들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보청문회에서의 맹활약으로 이미 스타덤에 오른 서울대 학생회장출신인 김민석 의원, 변호사 출신의 천정배·추미애 의원, 치과의사출신으로 과기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온 김영환 의원, 이들 4인방은 공동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평소 호흡을 맞추어와 뛰어난 팀웍을 자랑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128호부터 131호까지 나란히 방을 사용하는 이웃으로 잘 알려져있다.

국세청 차관을 지낸 경제통인 장재식 의원과 언론사에서 경제부장을 역임한 장성원 의원, 그리고 대기업의 최고위급 간부를 지낸 정세균 의원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정부의 경제책임자들과 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논리적으로 추궁할 작정이다. 이윤수·박광태 의원은 야당 위원들과 증인들의 기선을 제압키 위한 ‘분위기 메이커’ 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국감에서 여당임에도 불구, 정부의 정책 문제점을 날카롭게 추궁해 주목받았으며 야당의원들과의 입씨름에서 ‘큰 목소리’ 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입심을 보였다.

◇자민련

지난 8월부터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청문회 준비팀을 가동해온 자민련은 허남훈 이건개 김칠환 정우택 의원 등 초선 4명을 특위 위원으로 확정했다. 특히 적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키위해 사안별로 역할을 분담,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허·정 의원은 경제정책과 외환위기를, 이·김 의원은 PCS사업선정 등 경제비리를 담당키로 했다.

허 의원은 상공부 재무부 등 경제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출발, 상공부 차관을 지냈고, 정 의원은 경제기획원 관료출신으로 재경위에서 활약을 보인 당내 경제통이다. 이 의원은 고검장 출신으로 비리추적에 일가견을 갖고 있으며, 김 의원은 산자위소속으로 기업사정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문민정부 초기 ‘슬롯머신 사건’ 으로 구속된 YS와 악연이 청문회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여당과 달리 아직 ‘선수’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방어적인 입장에 몰릴 것이 뻔한만큼 야당의 특위 위원들이 기대만큼 ‘스포트 라이트’ 를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 의원들이 쉽사리 나서려하지 않고, 청문회에서 직·간접적인 타깃이될 민주계 의원들의 특위 참여에 대한 당내 찬·반 양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단 당은 “특위 위원수는 여야 동수로 해야하며, 그동안 가동해온 경제진상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계파색이 약한 초·재선의원으로 정할 방침”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당내에선 나오연 위원장을 중심으로 15명 전후의 명단이 자천타천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2개월동안 경제진상위원회를 이끌면서 사실상 청문회를 준비해온 나 위원장은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재무부세정차관보를 지낸 경제통으로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위원들로는 경제에 대한 전문성과 법률지식, 대여공격성을 갖춘 김재천 이규택 이재오 이사철 홍준표 이우재 안상수 권오을 김영선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집중 추궁할 공격수로는 홍준표 안상수 이사철 김영선 의원 등 법조 4인방과 김재천·이우재·권오을 의원 등. 율사출신의 4인방은 이미 국감 등 상임위 활동에서 법적 논리와 끈질긴 추궁으로 정평이 나있고, 김·이·권 의원은 재경위와 농림해양위에서 철저한 준비와 문제제기로 예비스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이규택 이재오 의원은 여당의 기세를 제압할 ‘돌격대’ 임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민주계가 직접 참여할 경우는 그동안 상도동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선의 박종웅 의원과 교수출신인 권철현 의원이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부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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