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야 산다" 기업들 대변신

12/30(목) 10:09

제일모직, 코오롱, 고합(고려합섬)…

이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대표적 섬유 혹은 의류회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대답이다. 이들 회사들은 분명히 1999년까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섬유·의류회사’였지만 2000년부터는 전문 화학업체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2000년대에도 살아 남으려면 변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엄청난 돈을 안겨주던 주력사업이라도 더 이상 가망이 없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말’을 바꿔타고 있는 것이다. 삼성, SK그룹 등 주요 재벌마다 인터넷 사업진출을 선언하는가 하면, 섬유·화학 등 일부업종에서는 생명공학, 신소재 등을 승부사업으로 정해 놓았다.



섬유ㆍ의류에서 생명공학ㆍ신소재로

우선 과거의 섬유회사들은 이제 화학회사로 불리워지길 바라고 있다. 신사복 업체로 유명한 제일모직은 99년 10월 화학부문의 매출비중이 절반을 넘어서자 ‘화학업체’임을 공식 선언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2000년 중반에는 증권시장 업종구분에서도 아예 화학업종으로 옮겨 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2005년까지 섬유매출 비중을 30%이내로 낮추기 위해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오롱은 고기능성 수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원료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LG화학과 한화석유화학 등 석유화학을 주력업종으로 삼아온 업체들도 주력업종을 바꿔 나가고 있다. LG화학은 퀴놀렌계 항생제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청(FDA) 신약승인 신청을 계기로 “2000년대에는 생명공학과 정보·전자소재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복합기업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요컨대 그동안 LG화학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던 석유화학 부문은 이제 6개 사업본부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한화석유화학도 2010년께는 전체매출의 40%, 경상이익의 60%를 전자부품소재 등 신소재와 생명공학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 LG화학, 한화석화 등이 미시적 차원의 업종전환을 노리고 있는 반면 이들 회사들이 계열사로 소속되어 있는 삼성, LG, SK, 한화그룹 등은 거시적 차원에서 인터넷 분야를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 SK, 한솔, 제일제당 등은 ‘차세대 오너’가 인터넷 분야를 주도,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삼성의 인터넷 사업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가 주도할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경영학)을 밟고 있는 재용씨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주변에서는 “재용씨가 학업을 마치고 난뒤에는 삼성SDS를 축으로 인터넷 쇼핑몰, 사이버무역, 인터넷방송, 보안서비스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사업, 미래 겨냥한 투자

총 3,8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SK그룹의 인터넷 사업은 쌍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최태원 SK㈜회장과 최창원 SK상사 전무를 각각의 축으로 인터넷 사업이 두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SK㈜회장의 경우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정보사업을 추진하는 반면, 최창원 SK상사 전무는 유통분야와 관련된 사이버 쇼핑몰과 통신판매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SK그룹 못지않게 코오롱, 한솔, 제일제당도 각각 이웅렬회장, 조동만 부회장, 이재현 부회장의 주도아래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들 그룹은 코오롱 상사, 한솔엠닷컴(구 한솔PCS), CJ코퍼레이션 등 각 계열사를 주축으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와 사이버무역, 유무선 포털사이트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대림그룹도 이준용 회장의 장남인 대림산업 이해욱 상무가 인터넷 아파트 건설사업을 이끌고 있는데, 전용회선을 통한 물건구입은 물론 화상을 통한 반상회가 가능한 첨단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LG와 한화그룹은 구본무 회장과 김승연 회장 등 총수가 직접 인터넷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사업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구회장의 지시에 따라 최근 LG그룹이 인수한 데이콤에 인터넷 사업본부를 신설, 전자상거래·인터넷·천리안 등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 주도로 최근 인터넷 기업임을 선언했다. 한화는 앞으로 3년간 3,000억원 이상을 투자, 총 매출의 30%이상을 인터넷 사업에서 달성할 계획인데 여행, 동호인, 무역전문 사이트를 발전시키는 한편 인터넷 쇼핑몰, 보안 컨설팅 사업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경우 미래 산업변화의 추진력을 인터넷에서 찾고 있을 만큼 관심이 깊다”고 말했다.



재벌 '싹쓸이' 부작용 우려

한편 재벌들의 이같은 ‘인터넷 러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유학중이거나, 아직 실무경험이 일천한 재벌 2세들이 마치 유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터넷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 사업이 미래의 유망사업이라는 점에는 특별한 반론이 없지만, 재벌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인터넷 분야에 마구잡이로 뛰어들 경우 이 분야 역시 재벌들의 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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