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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다매체·다채널시대의 화려한 개막

11월 30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해묵은 법안이었던 통합방송법안이 통과됐다. 95년 무궁화 위성 1호기를 띄우면서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5년 동안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법안이 마침내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우선 통합이라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방송 산업은 지상파 방송, 종합유선 방송, 중계유선 방송, 위성 방송 등의 네 분야로 구성된다. 앞의 세 가지 방송 분야는 각각 개별적인 법적 근거를 갖고 있고, 관장해온 정부 부처도 동일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은 문화관광부(예전에는 공보처)의 규제를 받고 있다. 91년 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해 실시된 종합유선방송(CATV 방송)은 사업자(SO)와 프로그램 공급업자(PP)가 문화관광부, 전송망사업자(NO)는 정보통신부 관할 하에 있었다.

그리고 60년대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해서 만들어진 중계유선방송은 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다. 그러나 위성 방송 분야는 법적 근거조차 없었다. 95년 이후 세 차례나 무궁화 위성을 띄워 위성 방송 시대를 열었다고 좋아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63기에 이르는 방송 및 통신용 위성 중계기는 허공 속에 돌기만 했다.

위성방송 법적근거 마련

결국 통합방송법의 통합이란 이와 같은 기존의 다양한 방송 관련법들을 일원화해서 통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동시에 위성 방송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다음으로 방송 관련법의 통합은 불가피하게 기구의 통합을 동반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구 통합의 중심축은 ‘방송위원회’다. 예전에도 방송위원회는 있었으나 심의만 하는 민간 독립 규제 기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통합법에 근거한 방송위원회는 과거의 공보처, 현재의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권한을 갖게 됐다. 즉 방송위원회는 방송 정책에 대한 결정권, 방송사의 인허가권, 공영 방송의 사상 및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 방송 발전 기금의 운용권 등을 가진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독립 행정 기구로 변했다.(다만, 방송 정책에 대해서는 문화관광부와 협의를 하게 되어 있어 배타적인 권한은 아님) 심의 기준을 어긴 프로그램 제작자를 처벌하는 준사법권도 갖게 됐다.

이것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나 현재 우리 나라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버금가는 지위에 해당한다. 통합법은 권한의 통합 및 독립을 담고 있다.

사실 이상의 변화는 대단히 정치적인 관심 사항이다. 이 법에는 기존 법의 폐기와 정책 주무 기구의 이동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여야 간의 논란, 규제와 사업 허가권을 둘러싼 정부 부처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 등이 5년 동안 계속된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입법화의 지체 과정에서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던 점은 이 법의 성립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제 및 산업적인 파급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시청자 방송선택범위 넒어져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열리게 되어 시청자의 방송 선택 범위가 크게 증가한다. 기존에는 지상파 방송 4채널과 29개의 CATV채널 등 30여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CATV의 등록제 실시와 위성 방송 시작으로 채널 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디지털 방식으로 2001년 6월부터 시작될 위성 방송은 이론적으로는 약 170개 채널까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이중 50%만 활용한다고 해도 총 채널 수는 100개를 훨씬 상회한다. 시청자는 방송 채널의 선택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위성 방송의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94년 6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위성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 디렉 TV는 170여 채널을, 96년말 출발한 일본 SkyPerpec TV는 100여 채널, 위성 방송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 BskyB는 200여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산업 차원의 변화는 그야말로 빅뱅에 해당할 만하다. 특이할 만한 세 가지만 제시해보자.

첫째로 위성 방송 서비스는 기존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애초부터 상업 방송으로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필요하다.

위성 방송 사업에는 위성체 사업(위성 임대 및 운영), 플랫폼 사업(위성 임차·프로그램 전송·가입자 관리), 프로그램 제작 등 3개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중에서 위성체 사업은 한국통신이, 그리고 프로그램 사업은 기존 사업자가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의 중심이 될 플랫폼 사업자는 새롭게 선정돼야 한다.

이 사업자는 현재 1개의 컨소시엄이 허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3조원 가량이 소요될 초기 투자비 조달을 둘러싼 컨소시엄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시장 확대, 프로그램 생산업체 낭보

둘째로 영상 컨텐츠 산업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생산 업계에는 낭보이다.

그 동안에는 채널수도 많지 않아 시장이 크지 않았고, 더욱이 지상파 방송국에 독립 프로덕션 업체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제는 CATV의 PP 외에도 지상파, 위성, 중계 유선 등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게 되어 영상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셋째로 디지털 위성 방송의 실시로 인해 전자 업계에도 호재다. 위성 방송은 2001년 6월의 시작 직후부터 디지털 HD TV 방송으로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아날로그 TV는 점차 시장에서 없어질 것이다. HD TV와 관련한 수많은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광고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 경제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28개의 위성 방송 채널을 전제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추정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께의 생산 및 부가가치 효과는 각각 6조7,000억원, 1조8,000억원이며, 고용 효과는 6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비록 난산은 했지만 태어난 통합방송법은 국민의 여가 활동, 방송 서비스, 영상 기기, 영상 소프트웨어 및 컨텐츠 산업 등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류재헌·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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