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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1999] "이런 대접 할려면 도로 가져가라"

손수광(52) 애국선열유족회 회장은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은 독립운동가 고 손기혁(孫琪赫) 선생의 손자다. 손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족회는 최근 청와대를 통해 건국훈장 20개를 반납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정부의 예우와 보상이 미흡하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반납된 훈장들은 현재 국가보훈처 공훈심사과에 임시 보관중이다.


-유족회에서 최근 3차례나 조상의 훈장들을 반납했는데.

“11월1일, 15일, 12월13일 3차례에 걸쳐 20개를 반납했다. 청와대에 소포로 보냈다. 20개로 반납이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앞으로 훈장반납은 단계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훈장을 반납한 이유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도덕성과 형평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73년 유신정부가 국가유공자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보상범위를 법취지에 맞지 않게 크게 축소했다. 개정법률은 45년 8·15광복 이후에 돌아가신 독립유공자의 경우 연금을 자녀까지만 지급하도록 했다.
이와 달리 당초 62년 제정된 ‘국가유공자특별원호법’은 독립유공자의 사망 시기와 관계없이 손자녀까지 연금을 주도록 했다. 독재정권이 재정부담 등을 들어 자의적으로 법률을 개악한 것이다. 아울러 개정법률은 적용시점도 법 개정일이 아닌 광복일로 소급했다. 불소급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유공자의 사망 시점을 광복일로 못박아 어느 유공자의 손자녀는 연금을 받고, 어느 유공자의 손자녀는 못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의 요구는 특별원호법을 62년의 시초법으로 환원해, 모든 유공자의 손자녀들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상에게 수여된 훈장을 자손이 반납할 권리가 있는가.

“당연히 있다고 본다. 건국훈장은 유공자가 이미 사망했을 경우 호주권을 승계한 유족을 통해 추서하게 돼있다. 따라서 호주승계자가 조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국가의 행위에 반발해 훈장을 반납하는 것은 권리다.
이유는 또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일제가 독립운동가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핍박해, 교육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공적인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나의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옥중에 계실때 굶어 돌아 가셨다. 나머지 가족들도 전재산을 몰수당해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이같은 유공자 후손에게 국가가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의무다.”


-법개정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92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회원은 연금 수혜권이 박탈된 건국훈장 수훈자 손자녀 316명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소송도 냈고, 청와대와 관계부처, 국회의원들에게 수많은 청원과 탄원도 했다. 올 12월3일에는 국회앞에서 평화시위도 했다. 하지만 모두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다. 92년에는 당시 민주당 김대중 총재에게도 진정서를 올려 ‘참된 민간민주정부가 수립될 때만 가능하다’는 회신까지 받았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회원들의 생활정도는.

“빈곤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국노 후손은 땅까지 물려받아 잘 사는데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빈곤하게 산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민족정기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서훈을 추진하고, 의원들 세비는 올리면서 민족정신을 재확립하는데는 왜 인색한가. 우리에게 모두 줘봐야 연 20억도 채 안된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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