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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1999] 수렁에 빠진 검찰, 일년내내 '허우적'

검찰에게 99년은 ‘가위눌린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고급옷로비의혹사건의 전조가 심상치 않더니 대전법조비리사건를 계기로 심재륜고검장의 항명파동, 평검사들의 연판장 사건 등 헤비급 펀치를 잇따라 맞았다.

겨우 기력을 회복할만 할 만하니까 진형구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파업유도발언이 터져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진고검장의 구속과 김태정 법무장관 경질에 이어 사법사상 최초로 특검제가 도입됐고 옷로비의혹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김 전장관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검찰은 옷로비의혹사건에 대한 특검수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내홍까지 불거져 새천년을 침울한 분위기속에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발화', 이후 수난의 연속

검찰 수난은 1월7일 대전의 한 지역언론이 이종기변호사의 전사무장 김현씨로부터 넘겨받은 수임장부 623쪽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명단에는 사업수임을 알선하고 소개비를 받은 판·검사와 법원직원, 경찰관, 교도관 등 200여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대전지검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나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건 수사책임자였던 대전지검 이문재 차장검사도 사법시험 동기인 이변호사에게 사건을 수임케해주고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대검이 사건을 떠맏았고 결국 이 사건으로 검찰에서는 검사장급 2명,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등 6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법원도 판사 2명이 옷을 벗었다.

그러나 이 사건연루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심재륜 대구고검장이 1월27일 서울로 올라와 김태정총장 등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2월2일에는 서울지검 소장검사들이 수뇌부 문책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검찰 사상 초유의 항명파동으로 이어졌다. 항명파동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봉합됐고 김총장은 여론과는 달리 5월24일 법무장관으로 영전했다.

그러나 김총장과 검찰에게는 추락의 높이가 높아진 셈이었다. 연초부터 계속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고급옷로비 의혹사건에 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지자 검찰은 서둘러 수사에 들어가 6월2일 이 사건을 ‘실패한 로비’로 결론짓고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만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의혹은 오히려 더욱 증폭됐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김장관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뇌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6월8일 대전고검장으로 승진전보발령이 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대낮에 송별연겸 폭탄주를 마시고 몇몇 기자들에게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을 한 것이다. 노동계는 물론 정국이 발칵 뒤집혔고 김장관은 전격 경질됐다. 김장관은 장관직을 떠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역사를 남기고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더 커다란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분으로 시작 내분으로 한해 마감

옷로비의혹사건과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은 이후 두고 두고 검찰에 화근을 남겼다. 국회는 우여곡절끝에 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으나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채 국민들로부터 질타만 받게 됐다. 드러난 것이 있다면 지체높은 사모님들의 거짓말 경쟁이었고 새로운 것이 있다면 ‘양주가 너무 독해 맥주를 타먹는 술’이라는 진형구식 폭탄주 뜻풀이였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진씨를 구속했지만 여론의 압력에 견디지 못한 여당은 특검제 도입에 합의했다. 검찰의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진 것이다. 옷로비의혹사건 특별검사에는 최병모변호사가,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사건에는 강원일변호사가 각각 임명돼 10월 초와 중순 수사에 착수했다.

옷로비의혹사건은 특검수사가 진행되면서 몇몇 문건이 공개돼 그동안 관련자들의 거짓말과 은폐·왜곡사실이 드러났다. 실패한 로비로 수사를 끝냈던 검찰은 다시 수사에 들어가 김태정씨가 전직 검찰총장·법무장관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4일 구속됐다.

이어 박주선 전 청와대법무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이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등 내부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사분란한 조직인 검찰의 올 한해가 내분으로 시작, 내분으로 끝나는 형국이다.

옷로비의혹사건의 특검팀이 성과를 올린 것과는 달리 파업유도의혹사건 특검팀의 경우 출범초부터 내부분란으로 삐거덕거리다 수사결과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 구속에 대한 재계의 반발 등에 휩싸여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특검제의 필요성과 제도적 보완여론은 높아졌다.



권력 눈치보던 검찰, 다시 태어나야

법조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 메가톤급 사건들로 점철된 한해였다. 그동안 권력의 눈치만 보고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검찰의 행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깎을 뼈조차 없어져 버린 검찰.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새천년을 맞아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국민들은 믿고 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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