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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마음과 사회를 청소합시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 위치한 한주여행사의 직원들은 매일 아침 사무실 주변을 청소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사무실앞 뿐만아니라 주변의 인도까지 내집처럼 깨끗하게 씁니다.

그들에게서 귀찮아하거나 싫어하는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며 청소하는 모습은 출근길 인근 직장인들의 마음을 밝게 해줍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든 남자 직원들은 거리를 쓸고, 여자 직원들은 사무실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청소로 시작하는 그들의 아침은 활기가 넘칩니다.

그들의 청소는 단순한 육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마음도 함께 가다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들을 보는 인근 직장인들도 한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무심결에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지 않았나, 가래침은 뱉지는 않았나 등에서부터 우리집 부근의 상태는 어떤가라는 질문에까지 다양할 것입니다.

이같은 반성은 먼저 여행사 직원들의 힘을 덜어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다른 곳에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줄이는 부수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은 어떻습니까. 분리수거로 골목길마다 쓰레기 봉투가 즐비합니다. 정해진 날에 내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집안만 깨끗하고 악취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극도의 이기심 때문입니다. 악취가 풍겨도, 지저분해도 신경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폐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을 몰래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양심을 버리는 그같은 행위 때문에 일부 지자체들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눈이 올 때는 더욱 한심합니다. 내집앞이나 사무실앞의 눈을 쓰는 곳이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조심조심 걷지 않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내집앞의 눈을 쓸지 않아 행인이 다칠 경우 집주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법적인 제재보다는 양식이 더 좋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질서가 흐트러지는 것을 흔히 봅니다. 타고 내리는 기본질서부터가 깨집니다. 젊은 연인들이 서로를 껴안다시피해 오르고 내립니다. 빈자리라도 하나 보이면 내리는 사람이 있는데도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것도 종대가 아닌 횡대입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노약자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노약자가 없더라도 비워 놓자고 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노약자가 타면 당연히 자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이는 양보가 아닙니다. 주인에게 제자리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양보는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석에나 해당되는 말입니다. 젊은이들의 이같은 행태는 상당부분 어른들의 잘못에서 연유됩니다. 어른들로부터 본받을 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회기강을 흐트리는 최근의 행태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옷로비 사건과 관련 검찰총장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외압과 협박을 당했다고 합니다. 외압과 협박을 당한 그들에게도 당연히 일단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던 사정의 중추였던 그들에게 그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은 파업유도사건을 조사하는 특별검사에게, 한 국회의원은 여성의원에게 폭언을 했다가 각각 여론의 몰매를 맞았습니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국회는 그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들은 ‘선거와 관련, 불공정·편파 보도를 한 언론인을 1년간 업무정지 시킨다’는 기상천외한 입법권 행사를 시도했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화풀이라도 하듯이 언론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서둘러 철회했습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임은 알만한데도 무뇌아처럼 행동했던 것이지요. 시민단체 등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편다고 하니 ‘도둑이 제발저린 꼴’로 이를 막아보자는 속셈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의원들은 마지막 정기국회를 제몫챙기기와 당리당략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끊임없이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해가 갑니다. 가는 한해는 오는 한해를 기약합니다. 새천년을 맞는다고 온통 시끌법석입니다. 한해를 뒤돌아보면서 마음과 사회를 함께 ‘청소’하며 보내는 송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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