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를 찾아서] "정에 굶주린 아이들, 가슴아파"

12/30(목) 11:08

“아기들을 두번 버리는 사회가 싫어요”

성로원 아기집 보육사인 금윤숙(23)씨는 아직 미혼이지만 아기들을 다루는 솜씨는 중년 가정주부를 뺨친다. 하루 20명이 넘는 유아들과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금씨는 대학을 막 졸업한 98년 3월 이곳에 왔다. 오빠가 청각언어장애인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을 마음 먹었던 금씨는 전공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음지의 사람들을 찾아 성로원에 들어왔다. 지금은 아기 우유와 이유식 먹이기에서 기저기, 대소변 받아내기, 청소에 이르기까지 능숙하게 처리한다.

금씨는 98년 열감기가 유행하면서 아기들과 보육사들이 모두 아팠을 때, 정이 들대로 들었는데 36개월이 넘어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곳에 있는 아기들은 세상에 기댈 곳이라곤 어느 한 곳도 없다.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맞추고 싶어하는 아기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몸은 고단하지만 ‘내가 아니면 이 어린 생명들이 어떻게 살아갈까’하는 생각에 매일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는 금씨의 눈가에 맺힌 이슬이 보석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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