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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 "종업원신분 유지되는 이상 지급해야"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한 정치인은 “노동법개정은 헌법개정보다 힘들다”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재계가 2002년부터 시행키로 예정된 노동법상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규정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앞장세워 양쪽의 입장을 적당한 혼합한 공익안을 제시했지만 양쪽 모두 이를 거부했다.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민주노총은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진전되고 있다.

재계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자국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양쪽 모두 이번 사안이 앞으로 노사관계의 역학구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국가부도위기라는 절박한 상태에 몰려 노사가 대타협에 성공했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양쪽 모두 자신들만 고통을 전담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사관계 갈등은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한 정리해고, 파견근로제, 복수노조, 노조의 정치활동 등 가까스로 합의를 도출한 다른 분야까지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원칙에 대한 한국노총과 경총의 입장을 싣는다. <편집자>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제24조와 제81조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조항은 96년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될 때 만들어졌다. 이 조항은 제정 당시의 비민주성은 물론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조항이므로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선 노사자율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좋아하는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노조전임자 임금을 주지말라는 법규정은 어느나라에도 없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98년 3월 제271차 이사회에서 한국정부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이 노동권과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 조항을 폐지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더욱이 사업장 소속이 없는 외국 산별노조의 전임자를 회사의 종업원 신분을 동시에 보유하는 우리나라 노조 전임자와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용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주장하지만 이는 노사관계에 보편적으로 언제나 나 적용되든 원칙은 아니다.

현행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에 쟁의기간중의 임금지급에 관하여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고 있을 뿐 근로기준법에 의한 주휴일, 연월차휴가, 단체협약에 의한 경조사휴가, 병가 등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계약은 매우 많다.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업무이외의 직무를 수행해도 임금은 당연히 지급되고 있으며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지급되는 노조전임자의 임금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 전임자에 대하여도 종업원으로서의 신분이 유지되는 이상 임금은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회사가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종업원이 아닌 자가 노조 대표가 될 수 있어야 함에도 우리나라는 종업원신분이 아닌 자는 노조간부나 전임자가 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300명 이하의 영세노조가 전체노조의 87%를 차지한다. 이들 영세노조의 경우 전임자의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노조활동이 불가능해지며 이는 결국 노동운동 약화는 물론 노조파괴에 따른 노사갈등과 대립을 조장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전임자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와 투쟁의 성과물로서 단체협약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조차도 노동조합의 요구와 교섭의 성과로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닐 뿐 더러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한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의 탄압으로부터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노동조합의 요구를 사용자가 수용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더욱이 전임자의 임금지급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경쟁력을 심각히 저하시키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노동조합 길들이기라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노사관계를 참여와 협력의 패러다임이 아닌 대립과 갈등으로 유도하려는 사용자의 반노동자적 구태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와 제81조의 개정은 향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지게 할 것인가, 자율과 참여에 기초한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의 시금석이다.

전임자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규정은 폐지되어야 하며 노사의 자율적 교섭의 영역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남순·한국노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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