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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과 건강운명] 음주습관과 간암

1999년도 저물어간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모임으로 이래저래 술을 많이 하게 되는 때다. 필자가 인턴시절 부동산 재벌로 유명했던 40세의 남자가 간암으로 입원했다.

재력가였던 그도 병마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였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기고 코를 통해서 각혈을 하고 이른바 간암 말기 증상을 보였다. 수혈을 해주고, 각혈을 멈추기위해 얼음을 갈아주는 것이 인턴으로서 필자의 일이었다.

그 환자는 간암에 좋다는 약, 진단 치료법에 대해서는 책을 다보아서인지 웬만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나는 이 병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최후의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한다. 새로운 항암제가 있으면 나를 인체 실험용으로 써도 좋다. 그리고 단 한가지 나를 속이지 말고 이제 내가 몇일 내에 죽을 가능성이 있는지 때가 되면 말해달라’고 했다.

또 ‘내가 만일 치료가 안 되어 죽으면 나를 의학 해부용, 실습용으로 기증하고 싶다. 그리고 조직검사를 해서 나중에 나와 같은 환자가 있을 때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유언을 남기었다. 대단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했는데 그 당시가 1982년이니 지금처럼 장기이식이 일반화하지 않았을 때였다. 필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률중 암이 최고이다. 위암, 간암이 많다. 왜 남자에 암이 많은가? 5명중 1명은 암에 걸려 죽는다. 폭음하고 짜게 먹고 무슨 먹기 경쟁이나 하듯이 먹어대니 암에 걸릴 수 밖에 없다. 천하장사도 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술을 즐기는 것인지, 퍼 붙는 것이지, 우리의 술문화는 양주에 맥주를 부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 ‘원샷’, ‘소주와 맥주 짬뽕’, ‘막걸리를 구두에 부어 마시기’ 등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최근에는 밀레니엄주도 등장했다고 한다. 병주고 약주는 얄팍한 상술로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으로 몰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또 술을 빨리 깨게 한다고 선전하는 건강음료도 폭음의 원인이 된다.

오래전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술잔을 돌리면 간염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한동안 술잔돌리기가 뜸했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에 비하면 폭음을 크게 줄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간암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지는 이 간암은 정말 그 코스가 무섭다.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률은 10%에 이른다. 10명중 1명은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물론 그동안 간염 예방주사로 예방효과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B형 바이러스 보균자는 비보균자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200배 가량 높다.

알콜성 간염 환자는 70%가 영양불량이다. 간에 좋은 음식이 따로 없다. 간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음주는 간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중 하나다. 술은 술로 망한다고 한다. 앞에 말한 환자가 잘 말해준다.

부동산투기로 힘들이지 않고 떼돈을 버니 정상적인 일상활동을 하겠는가. 부동산 재벌들이 룸싸롱에서 흥청망청 술마시고 살다가 결국 간암 위암에 걸려 일찍 죽는 경향이 있다.

삶의 양태 중 흔히 하는 말로 ‘굵고 짧게’,‘길고 오래’가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건강하지 못한 삶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불행이다.

혈액검사로 DNA를 분석하면 간암에 걸릴지 안걸릴지 예측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술자리가 많은 이 시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지나친 음주가 건강을 해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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