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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내설악 백담계곡

설악산 내설악의 관문인 백담계곡이 완전히 겨울 화장을 했다. 낙엽이 떠서 흐르던 계곡의 물은 하얗게 얼어가고 있고, 음지 쪽에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제법 쌓였다. 겨울의 백담계곡이 다른 계절과 특히 다른 점은 사람이 만든 공해로부터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백담사에 머문 이후, 백담사와 백담계곡은 호사스럽게 치장을 했다. 계곡 입구에서 백담사까지 이르는 약7.5㎞의 진입로는 시멘트로 포장됐고, 마을사람(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들이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약 4㎞의 중간지점까지 쉴 사이 없이 운행한다.

1인당 왕복 1,600원의 비싼 버스 요금에서 우선 비위가 상하는 데다 걸어서 오르는 사람들은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길 가로 바짝 붙어야 하는 짜증을 피할 수 없다.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관광객, 절 경내에서 고함을 지르며 이들을 통솔하는 가이드…. 버스는 산을 대하는 기본 예절 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공해’를 골짜기 안으로 실어 나른다. 최고의 성수기인 단풍시즌이면 계곡 전체가 시장바닥이 되어버린다.

겨울이 깊어지면 버스가 운행을 중단한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포장길에 눈이 내려 얼면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운행중단은 계곡의 눈이 완전히 녹는 3월까지 계속된다. 백담계곡의 운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겨울에 이 곳을 찾는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 하얀 세상에 내뱉는 하얀 입김, 앙상한 나무 사이로 나신을 드러낸 봉우리들…. 겨울 계곡의 정취를 늘어놓자면 한이 없지만 무엇보다 찾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은 기계소리가 개입하지 않은 자연의 적막함이다.

백담계곡을 통한 설악산 산행은 대청봉 정상까지 7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특히 오세암에서 대청봉까지는 호흡 조차 곤란한 난코스가 즐비하고 눈이 쌓이면 전문 산꾼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들다. 가족끼리 겨울산의 정취를 적당히 즐기기에는 계곡 입구에서 백담사까지의 구간이면 충분하다. 주변을 완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계곡의 아름다움은 버스가 다니는 4㎞ 구간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등을 쓰며 고결한 문학적 정수를 가다듬은 곳. 아담했던 절은 최근 수년간의 중창불사로 외양상으로는 대찰의 위용을 갖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만해 한용운의 흉상과 시비, 만해기념관과 왼쪽으로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커다란 공부방이 새로 들어섰다.

백담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전두환 전대통령이다. 전 전대통령이 직접 현판을 쓴 극락보전 앞에는 그들 부부가 기거했던 방이 있다. 방 앞에 이를 알리는 나무간판을 내걸고 당시에 쓰던 집기들도 전시해놓았다.

깊은 산 속에서 함께 대하는 만해와 전두환. 속세에서 온 여행객들은 무심결에 속세의 기준으로 두 사람을 연결시키려 애쓴다.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황태의 깊은 맛이 있는 '맛집들'

인제군 북면에서 진부령에 이르는 지역의 특산물은 황태. 황태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용대 3거리에서 진부령쪽으로 접어들어 첫 집인 진부령식당(0365-462-1877)이 황태요리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6,000원짜리 정식에 도토리묵을 곁들이면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생활과학부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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