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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강남구 압구정동

물질적인 풍요와 유행의 거리로 불리는 압구정동은 500년전만해도 닥나무가 무성한 저자도(楮子島)가 한강에 그림처럼 펼쳐졌던 곳이다. 당시 이 저자도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 조선조 세조(世祖)때 권신 한명회(韓明會)다. 그의 별장 압구정(狎鷗亭)은 오늘의 땅이름을 낳았다.

많은 문사들이 풍류를 즐기던 압구정 자리에는 고층의 현대식 아파트가 솟아 있다. 주변 일대는 초현대식 건물과 차량, 젊은이들이 가득한 거리로 활기가 넘친다.

압구정은 한명회의 호를 따 붙여진 이름으로 정자라고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당시의 그림을 보면 집 두채가 마주보고 있어 별장에 더 가깝다.

예종비인 장순왕후, 성종비인 공혜왕후의 아버지이면서 세조 예조 성종을 섬긴 한명회는 73세까지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한경지락’등 역사책에 따르면 성종을 비롯, 여러 문사들이 ‘압구정’을 기리는 수백편의 시를 한명회에게 전했다고 한다. 압구정은 이후 철종의 딸 영혜옹주와 결혼한 개혁파 박영효(朴泳孝)에게 하사되었으나 1884년 갑신정변(甲申政變)때 박영효가 역적으로 몰려 몰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압구정은 고종말년 이후 조선시대부터 일제 때까지 경기도 광주군 압구정리로 불리다가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권신 한명회가 한시대를 풍미하며 사치의 극을 달리던 압구정! 그 압구정동에는 한명회의 옛 사치가 재현이나 되듯, 고급승용차에 머리 빛갈마저 갖가지 색으로 착색하고 별별 차림새를 한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거리는 항상 초만원에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의 젊은이들은 노는 모습에서부터 소비패턴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자들은 토스카나나 무스탕으로 이름붙은 양털점퍼에 미니스커트와 부츠, 남자들은 블랙진에 뾰죽하고 굽높은 구두, 무스나 젤리를 바른 머리모습 등으로 대표된다. 스쿠프나 개조한 오트바이. 지프를 몰고, 계절에 관계없이 남녀 모두 선글라스를 많이 끼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압구정족’, ‘오렌지족’이라는 말을 들어온 이들은 나름대로의 문화를 만들어왔으나 그같은 행태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많았다. IMF!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식의 행태에 대한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을 치루고 2년뒤 여행자유화가 실시됐다. 1인당 해외여행경비 한도액이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다시 1만달러로 늘어났다. 여행자유화의 물결속에 이들이 휘말린 것은 불문가지. 그런 그들을 이용한 상술과 맞물린 압구정동 거리는 왜색 등 무분별한 외국 풍물이 거리를 압도하고 있다.

전형적인 사대주의자이기도 했던 한명회가 오늘에 살아있다면 이를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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