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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인터넷과 영화

영화의 모든 홍보는 인터넷으로부터 시작한다. 제작발표회부터 촬영과정, 주연배우의 동정까지. 네티즌들을 잡아라.

그들의 논쟁꺼리가 되게 하라. 인터넷에서 뜨면 극장에서도 성공한다. 컬트나 호러같은 극장주들이 외면하는 영화도 네티즌 동호회가 난리를 치면 개봉이 가능하다. 아니 ‘록키 호러 픽쳐쇼’처럼 예상밖의 흥행을 거둔다.

올해 한국영화시장에 ‘사건’이 된 ‘주유소습격사건’(감독 김상진)은 인터넷 홈페이지가 두달 넘는 장기상영과 서울 94만명의 관객동원을 가능케 했다. 처음 시작때는 시큰둥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 난리를 쳤고, 급기야는 영화를 보지 않고는 대화(인터넷 통신)가 되지않는 현상이 생기고, 영화는 갈수록 커졌다. 다양한 인터넷 홈페이지(www.juyuso.com)는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주유소 간판, 현상수배범, 금고털기, 신고하기 등의 영화내용을 변형한 코너는 ‘주유소족’까지 만들었다. 개봉 두달이 지난 지금도 고정적으로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1,500~2,000명의 마니아들. 그중 20~50명은 매일 게시판에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은 10만5,000명.

‘텔 미 썸딩’(감독 장윤현)의 전략은 인터넷(www.tellmething.com)을 통한 논쟁. 영화는 이를 의식해 처음부터 스릴러의 완벽한 구성보다는 생략을 이용한 추리와 상상의 장을 열어 놓았다.

네티즌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미국영화‘블레어 윗치’이다. 마녀의 존재와 그것을 추적하는 대학생의 실종을 마치 진짜 얘기처럼 인터넷에 올려 7,500만건의 조회수를 올렸고, 제작비의 400배인 1억4,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서도 홈페이지를 열자 300만건의 조회가 들어왔다.

그러나 실제 흥행은 15만명(서울)에 불과해 인터넷의 거품을 실감케 했다.

‘세기말’의 홈페이지(film1999.cracker.co.kr)역시 문전성시. ‘넘버3’의 송능한 감독의 두번째 영화에 대한 궁금증의 반영이다.

특히 신해철이 음악을 맡은 영화의 뮤직비디오까지 실어놓았다. ‘해피엔드’(www.thehappyend.com)는 전도연이 전라로 섹스연기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것을 미리 엿보려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잦다. 11월23일부터 12월8일까지 66만8,000명이 방문했다.

단일 영화 홈페이지로서는 기간 대비 최고기록.‘해피엔드’는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12월에 가장 흥행에 성공할 영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해피엔드’가 그 주인공임을 확인하는 기쁨을 누렸다.

인터넷은 이렇게 단순히 영화홍보의 새로운 도구만은 아니다. 이제 투자채널도 됐다. ‘해피엔드’는 지난달 20일 일반인 대상 지분 참여공모를 실시해 불과 5일만에 목표액인 1억원을 채웠다.

촬영중인 ‘반칙왕’ 역시 15억원의 제작비중 1억원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인츠필름’을 통해 모았다. 한맥영화사가 제작할 SF무협로맨스‘천사몽’도 25억원의 제작비중 10억원을 인터넷사이트(www.digi_cat.com)로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사이버 프로듀서’란 이름까지 부여하고, ‘사이버 프로듀서 프로젝트’운영사이트에 출입자격까지 준다. 아직은 제작비 조달보다는 영화에 대한 홍보차원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이 영화자본의 다각화를 위한 통로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2000년 1월1일에 개봉할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은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판매하고, 영화의 주·조연 배우도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을 참여시켜 뽑는다. 아예 배우 캐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터넷회사도 생겼다.

인터넷만을 위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제작되고, 인터넷 극장이 생겼다. ‘카라’의 경우는 인터넷극장과 실제상영관에서 동시개봉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없으면 영화의 투자도, 제작도, 캐스팅도, 홍보도 불가능한 세상이 오고있다.

그러나 두번이나 등급보류를 받은‘거짓말’(감독 장선우)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그것도 수정을 하지않은 해외판이, 성적부분만 강조해 편집한 5분짜리 음란물로 변질된 동영상이 해적처럼 나타나곤 해 제작사인 신씨네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새로운 창구도 되지만, 거품을 만들고, 약탈하고 왜곡하기도 하는 인터넷. 언제나 문명은 두 얼굴이다.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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