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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계 지각변동 일으키며 등장

한국바둑의 현대사 50년은 굵직한 거장들의 이름을 몇 번 불러보면 다 채운다. 개척자 조남철이 있었고 김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조훈현’이란 황제가 나타나 아직까지 세계정상의 기량으로 자신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창호가 지금은 세계바둑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김인과 조남철이 시대구분을 확실히 하지않은 단계, 그리고 조훈현이 아직은 일본에서 촉망받는 신예이던 70년대초. 느닷없이 한국바둑계는 때아닌 폭풍 서봉수를 만난다.

서봉수. 한국바둑사의 거장들은 모조리 국수라는 ‘전관예우’를 받으며 존경받고 있으나 유독 서봉수 만큼은 그 이름 석자 앞에 ‘명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그가 ‘명인전의 사나이’로 불리우게 된 후부터이다.

서봉수는 70년에 프로의 관문을 통과한다. 17세의 나이다. 17세면 당시로도 빠른 나이는 아니었고 정상을 넘볼 가능성을 함축한 나이도 아니었다. 바짝 마른 장작처럼 깡마른 체구로 와이셔츠로 몸을 가리지 않으면 더더욱 왜소해 보이는 17세 소년. 그는 70년에 입단하자마자 71년 명인전에서 파죽의 11연승을 기록하녀 대망의 명인전 도전자가 되어 아직은 노루꼬리만큼 남아있던 거장 조남철의 시대를 확실히 종식시킨다.

“개가 사람을 문 것이 아니라 사림이 개를 문 이상한 사건.” 바둑가의 호사가들은 한마디로 서봉수의 명인 등극을 이렇게 불렀다.

도대체 바둑이란 무엇인지, 과연 인생이 결부되어야 한다는 바둑승부가 이렇게 무심하고 무참한 것인지, 당시 바둑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서봉수의 명인등극은 한국바둑사의 잊을 수 없는 명승부 10걸에 당당히 상위를 차지할만한 센세이션으로 회자된다.

당시의 바둑계 판도는 김인이 앞서가고 그의 라이벌이 될 듯 말 듯한 부산의 강자 강철민이 정상 한자락 차지하고 있었으며 ‘죽지않는 노병’조남철이 이름 석자를 빛내고 있었다. 5개의 타이틀전이 당시엔 전부였는데 김인이 3개(국수 패왕 왕위) 강철민(최고위) 조남철(명인)이 가각 하나씩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좀 더 거론하자고 해도, 일본유학파인 윤기현이나 천재적 감각파 정창현이 강자였고 신예 노영하가 김인의 라이벌이 될 소지가 있었던 정도였다. 실제로 김인보다 한살이 위인 같은 유학파이던 윤기현은 71년 즈음엔 국수와 패왕에 연속으로 김인에게 도전해 당시로는 드문 연속10번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룻강아지이자 천둥벌거숭이 서봉수가 바둑계 일각에 이름을 올리는건 만화같은 스토리였다.

서봉수가 명인전 1차예선을 2연승할 때만해도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입단직후는 마치 전성기인양 성적이 눈부신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래도 입단을 하게 되면 칙칙한 변방기원에서 승천할 생각이 없는 이무기 노릇으로 세월을 보낸 아마강자 시절과는 달리 심적으로 매우 타이트한 상태이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입단하자마자 성적을 내는 기사는 많이도 보아왔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누구나 맘을 다잡으니까.

은근슬쩍 부지불식간에 2차예선에 진출한 서봉수는 당연히 본선리그에 올라가고픈 본능적인 욕심이 작용했다. ‘코를 뚫는다’는 표현이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들의 1차목표는 본선진출이다. 본선진출을 이루면 송아지가 황소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하여 코를 뚫는다는 말을 쓴다. 본선만 진출하면 이름도 굵어지고 지갑도 제법 두툼해지기 때문에 프로라면 일단 코부터 뚫어야한다.

기대대로 되었다. 본선리그라고 해서 서봉수의 질주를 거스를 장애물은 되지 못했다.

<뉴스와 화제>

ㆍ‘마녀’예내위 도전자결정전 진출

‘마녀’‘철녀’ 루이 나이웨이(芮內偉·예내위)가 드디어 한국무대 정상을 노크하게 되었다. 12월 8일 벌어진 국수전 승자결승에서 루이는 강호 김승준을 158수만에 가볍게 제압하고 도전자 결정전에 선착했다. 이로써 루이는 패자조 우승자와 도전자 결정전을 벌이게 되어있는데, 패자조엔 김승준과 이창호 최규병의 승자가 패자결승을 놓고 맞붙는다. 한편 현재 국수는 조훈현.

올시즌 한국생활이 첫해인 루이는 지금까지 34전 29승 5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마크하고 있는데 앞으로 2승만 더 보태면 99시즌 승률1위를 기록하게 된다. 남편인 강주주(江鑄九·강주구)도 70%대의 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 부부의 한국바둑계 전면 등장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ㆍ‘아마최강’박영훈 프로진출

최연소 아마7단 박영훈(14세)이 드디어 프로에 입단했다. 박영훈은 지난주 막을 내린 84회 입단대회에서 9승2패의 전적으로 당당히 프로의 관문을 통과했다. 8차례 고배를 든 끝에 얻은 영광.

12세이던 96년 학초배 전국아마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바둑계의 주목을 끌었던 그는 98년 전국 아마대회를 4차례나 우승해 실질적인 아마바둑계의 최고봉이었으나 올해엔 단 한차례도 아마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더했는데 정작 그는 “입단대회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수련중”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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