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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에 담긴 고구려이 힘과 진취성

ㆍ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김용만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이 책은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왜 하필 고구려의 수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이같은 의문은 자연히 사라진다.

우리들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운송수단으로 가마나 지게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가마나 지게는 인력에 의존하는 매우 원시적 수단이다. 그 때문인지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중국에서 하루빨리 배워야 할 문물로 수레를 꼽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당시 일상생활에서 많은 수레가 활발히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말이나 소의 힘으로 바퀴를 굴리는 수레는 분명 가마나 지게보다는 훨씬 진보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는 왜 문명의 진화 방향과는 거꾸로 흘러갔는가. 고구려때의 그 많던 수레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다 어디로 갔는가. 바로 이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이 책의 주제이다.

가마와 지게가 수레를 대신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소와 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려말부터 조선시대 내내 우리나라는 중국(원나라와 명나라)에 수많은 말과 소를 빼앗겨야 했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조선 태조 원년부터 문종 즉위년까지 59년간 무려 7만필의 말을 명나라에 보낼 정도였다. 농업만을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하는 문화 역시 수레가 자취를 감추도록 하는데 한 몫을 했다. 또 적의 침공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도로를 내는 것을 꺼려했으며, 한강에 한번도 상설다리를 건설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수레가 사라진 원인이다.

조선 초기에는 수레를 사용하기도 했으나 도로가 좁아 불편하다며 다시 가마로 바꾸었다. 자동차가 다니기 위해 길을 만드는 오늘날과는 달리 길이 없으니 자동차를 없애라는 것이 조선의 교통정책이었다. 따라서 조선은 수레가 아닌 지게를 지고 물건을 나르는 상업과 교통의 후진국이었으며, 가난할 수 밖에 없었다. 가난했기 때문에 많은 군대를 유지할 수 없었고, 전쟁수행능력도 미약했다. 그 결과 외적의 침입에 극히 무력했다.

그러나 고구려인들은 나약한 후손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수레는 일상 생활용품의 하나로 신분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폭넓게 사용됐다. 고구려 말기의 수도였던 장안성은 42년간 쌓은 철저한 계획도시였다. 장안성의 큰 도로에는 대형수레 6대, 작은 도로에는 2대가 나란히 지나갈 수 있었다. 또 대동강을 비롯한 많은 하천에 다리를 놓아 수레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했다.

수레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산업과 경제의 핵심이다. 수레는 도로의 발달을 촉진하고, 도로의 발달은 활발한 물물의 이동으로 시장의 발달, 더 나아가 도시의 성장을 촉진한다. 고구려가 강성했던 것은 무력만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레와 같은 물질문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고구려가 조선에 비해 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레의 활용이 산업의 발달과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부의 축적’은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고구려가 중국과 장기간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수레를 통해 증명된 고구려인들의 진취성과 자주의식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식주와 관련된 고구려인들의 실생활을 상세히 소개할뿐만 아니라 고구려인의 외모에서부터 복식, 장신구, 먹거리, 가재도구, 부엌살림, 목욕문화, 음악과 악기, 결혼제도 등을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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