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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

올해 우리 산업계의 화두는 정보화였다. 컴퓨터 보급이 급격히 확산되고 인터넷인구가 급증하면서 정보화는 일반인들에게도 피부와 와닿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가 되었다.

정보화의 그늘인 컴퓨터바이러스가 심각해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불모지와도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컴퓨터바이러스 예방및 치료제(백신)개발의 한 길을 걸어왔던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 소장(37)도 올해 그 어느때보다 각광받는 벤처기업가로 우뚝섰다.

올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CIH바이러스를 미리 예고한 것도 한눈팔지 않고 컴퓨터바이러스 방지에만 전력했던 그의 진가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이같은 공로로 안소장은 과학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정보통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언론의 인터뷰와 새사업추진으로 바쁜 안소장을 만났다.


-회사의 매출이 급증해서 그 누구보다 올해가 기억에 남았겠습니다.

“이제 겨우 정상화한 것이지요. 1조2,000억원 규모의 전세계 컴퓨터바이러스백신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1%는 차지해야 하는데 지난해 우리회사 매출이 2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올해들어 멜리사바이러스와 CIH바이러스로 그 피해를 실감한 탓에 120억원 가까이 급증했는데 사실은 정상을 찾은 셈이지요. 매출 100억원이 넘은 것은 패키지소프트웨어 업체로는 한글과 컴퓨터이후 저희가 두번째입니다.”


-세기말이어서 인지 Y2K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솔직히 말해 컴퓨터바이러스에 있어서는 세기말이라고 특히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도 바이러스는 창궐하고 있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대비해야 하는 문제이지 Y2K처럼 한번만 처리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컴퓨터바이러스가 점점 악성화하고 있습니까.

“문제는 전파속도입니다. 제가 회사를 차린 95년에만 해도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번지는데 평균 한달정도가 걸렸는데 지금은 1주일이 채 안걸립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급격히 늘어났고 인터넷과 PC통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질적으로도 바이러스들이 잡종교배를 해서 빠르게 진화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니까 백신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깔아놓았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백신프로그램 제작회사와 컴퓨터로 연결해서 최소한 1주일에 한번씩은 업데이트해주어야 합니다.”


-국내산이 많습니까 외국산이 많습니까.

“전세계에서 국산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해의 정도는 국산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외국에서는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퍼뜨리기 보다는 백신회사에 던져놓고 며칠내에 치유가 되는지 살펴보는 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국산은 거의 대부분이 일반인들에 퍼져 피해를 입힙니다.

국산바이러스를 만드는 해커들도 대부분이 고교생이나 대학생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찰에게 잡히면 겁을 먹고 다시는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웃음)”


-벤처기업마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코스닥상장계획이 없습니까.

“얼마전에 모 신문사와 인터뷰하면서 그 이야기 했다가 곤욕을 치렀는데…사업가는 사업계획에 따라 자금을 모아야합니다. 코스닥상장은 큰 자금이 필요할 때 하는 건데 지금은 상장을 위한 상장을 하는 것 같아요.


벤처회사들이 돈이 많이 몰리니까 화려해 보이지만 2~3년내로 옥석이 가려질 거예요. 사람들은 쉽게 ‘돈이나 벌어야 겠다’고 말하는데 세상에 돈버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어디 있습니까. 미국에서도 벤처회사가 성공율은 극히 낮습니다. 저는 아직 그만한 돈이 필요없기 때문에 당분간 상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채없는 보수적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최근에는 합작회사를 두개나 설립했습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습니까.

“회사경영은 최악을 상정해서 짜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을 착실히 했고 그래서인지 IMF를 맞아서 흑자폭이 커졌습니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유동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채는 없습니다. 저는 이 업계에서 12년 가량 일하면서 우리나라 회사들이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외국시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최근에 나모인터렉티브 등과 함께 리눅스 관련 합작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리눅스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컴퓨터보안이 중요하게 떠오를 것에 대비해 데이콤 등과 합작해 정보보호서비스 업체인 코코넛을 설립했습니다. 내년에 이 회사들 때문에 무척 바쁠 것같습니다.”


-의사를 그만드고 이 업계로 뛰어든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까.

“의사면허증이 집안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제는 배운 것도 다 잊어버려서 돌팔이로 전락했습니다.(웃음) 저는 뒤를 돌아보거나 외부의 평가에 잘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목표에 따라 성실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길이 좋습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왕태석·사진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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