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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문화에서의 성인, 18세

나는 65년 일곱살에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것도 두달이나 늦게 입학했다. 아버지가 호적까지 일년 늦게 신고해 법적인 나이는 만4세였다.

옛날처럼 아이를 낳고 나서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늦게 출생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아버지 당신도 호적이 3년이나 늦다. 내 고향은 경상도 북부지방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한 두살 차이 나는 아이들이 모두 어울려 놀고 종손어른께 천자문도 배웠다. 어느날 같이 놀던 친구(나보다 한살 많은)들이 없어졌다. 모두 학교에 가고 없었다. 같이 몰려 다니며 들판에서 메뚜기 잡고, 전쟁놀이하고, 연극놀이 할 친구들이 없었다.

아버지를 졸라 학교에 갔다.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조르니 그냥 다니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정식입학이 아니라 임시였다. 그 임시가 정식이 돼 나는 한살많은 친구들과 학교를 계속 다녔다.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이가 한살 적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생일로 출석번호를 정하다보니 맨 꼴찌였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키 순서로 정해 중간쯤으로 바뀌었다. 중·고생 관람가 영화도 아무런 차별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차별은 고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였다. 졸업을 하고 머리를 길렀지만 나는 성인도, 청소년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됐다. 그때부터 외로움이 시작됐다. 당시 친구들은 고고장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술까지 파는 만 18세이상만 출입이 가능한 그곳 출입구에서 나는 항상 제지를 당했다. 그런 나를 친구들은 놀렸다. “야, 애들은 가라.”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는 볼 수 없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아예 나를 빼 버렸다. 친구들과 같은 환경, 교육을 받고도 나는 문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나는 1년(생일기준으로 보면 1년 6개월)이나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때 만약 내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고고장에서 춤을 추었다면 친구들과 달리 정서가 망가지고 지금보다 더 타락했을까.

영화등급을 놓고 법과 문화의 논리가 대립을 하다 결국은 문화의 승리로 끝났다. 국회 본회의는 12월16일 법사위가 청소년관련법과의 통일성을 내세워 내놓은 성인영화관람 허용기준인 19세와 문광위가 문화 향수의 기회를 넓히자며 내놓은 18세중 후자를 선택했다.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전제조건을 달았다. 18세라도 고교생은 제외한다. 이 규정은 역으로 하면 18세라도 고교 졸업생이면 문화에서만은 성인이라는 얘기다. 만약 나이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에 존재했다면 나는 대학생이 되고도 극장앞에서 친구들과 이별하는 설움은 없었을 것이다.

문화의 수용성을 나이와 교육제도로 제한하는 것은 인류가 수와 집단의 개념을 도입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개개인의 문화수용능력을 측정해 가·부를 결정할 수도 없다. 문화는 그것이 아무리 위험하게 보여도 결국은 개개인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술이나 담배와는 다르다.

정신의 문제이다. 때문에 네가티브적인 자세보다는 포지티브한 수용이 필요하다. 문화는 그렇게 발전한다. 이유는 또 있다. 조금 위험하다고 문화의 통로를 차단하면 그 문화는 왜곡되고, 그것에서 차단당한 사람들은 더 나쁜 하위문화로 몰려간다. 더구나 지금은 그 통로가 무한한 인터넷시대이다.

국회는 유레가 드물게 19세와 18세 문제를 여·야의 집단적 주장지키기가 아닌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라 자유로이 결정하는 완전 교차투표(Cross Voting)로 결정했다. 바로 그것이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포르노가 있다고 모든 청소년들이 그것을 보고, 그것으로 인해 타락하고 문란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한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은 문화를 가꾸고, 그것을 즐기도록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대현·문화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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