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각의 독특한 작품세계 구축

12/30(목) 11:20

전각(篆刻)이란 나무, 돌 등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일찌기 시, 서, 화와 나란히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문인묵객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새기는 것이 통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때부터 인장이 쓰이기 시작, 서예나 회화가 발달한 조선조때엔 문인들 자신이 전각하는 사인(私印)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마른 기계문명이 흘러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전각이라는 용어조차 낯선 것이 현실. 컴퓨터 문화에 밀려 인장 자체의 자리가 축소된데다 특히 전통전각만이 주로 계승되면서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인들의 감각이나 취향을 따라잡지 못한 원인도 있다.

그 가운데 현대적 전각이라는 파격적 작품을 들고 나온 사람이 최규일이다. 고전적 전각예술이 왕희지, 구양순 체 등 일정한 서체와 엄격한 형식을 따르는 것에 비해, 최규일의 전각은 내용과 형식의 자유로움이 특징. 말로만 전해지던 1도1각의 전문가로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쉽게도 일반인들로서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다음 전시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훗날 자신의 작품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최씨는 지금껏 단 한점도 작품을 팔지도 팔아볼 생각도 없을뿐더러 학교 강의에 나가는 일도 없다.

만약 특별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로부터 직접 전수를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 사실상 기본적인 감각만 있다면 전통전각보다 더 배우기 쉬운 것이 최씨의 전각법이다. 단, 취미삼아 도전하는 일은 시간낭비. 전각작업 자체가 워낙 힘들어 아주 끈덕지지 않으면 초기 실패율부터 100%다.

문하생이 되겠다며 찾아온 사람들 대부분이 손마디 통증에 단 하루도 못버티고 떨어져나간 예가 있다. 최규일이 생각하는 기초필수과정은 천자문 떼기. 이것을 통과한 사람이라곤 인천의 한 직장인이 지금껏 유일하다. 정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주지만 수강료란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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