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은실이와 국희가 있었잖아요"

12/30(목) 11:59

99년의 방송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방송법 등 제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반응의 변화, 방송사고 등 적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방송계의 가장 중요한 일로는 5년동안을 지리하게 끌어오던 통합방송법의 국회 상임위 통과다. 11월30일 국회 문광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을 앞둔 통합방송법은 방송정책권 방송사업자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되는 통합방송위 신설과 위성방송허용 등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내용들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방송독립과 개혁이라는 취지에 크게 벗어났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새로운 방송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99년에는 방송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가장 큰 사고는 5월11일 밤에 일어난 MBC 방송중단사고. MBC PD수첩‘이단파문, 이재록목사’가 방송되자, 이프로그램에 대해 불만을 품은 만민중앙교회 신도 1,000여명이 주조정실에 난입, 방송집기를 파괴하면서 방송이 중단된 것. 방송사상 최초로 일어난 방송중단사태로 기록됐다.

이 사고는 물리력을 동원한 언론의 중대한 침해와 방송사의 안이한 안전체계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밖에 KBS가 밀레니임 기획으로 마련한 히말라야 등정 생방송 도중 9월14일 눈사태를 만나 현명근 기자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KBS‘도전 지구탐험대’촬영차 탤런트 김성찬이 라오스 오지를 찾았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숨지기도 했다.

99년의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초반과 후반이 엇갈렸다. 시청률을 좌우하는 드라마 분야의 경우, 올초‘은실이’‘청춘의 덫’으로 기선을 잡았던 SBS가 ‘토마토’‘퀸’‘해피 투게더’‘파도’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내 새로운 드라마 왕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고토회복을 노리던 MBC가 8월 ‘마지막 전쟁’을 기점으로 ‘사랑해 당신을’‘국희’‘날마다 행복해’로 후반기에 드라마 왕국의 면모를 되찾았다.

또한 오락 프로그램은 MBC ‘칭찬합시다’를 비롯한 캠페인성 오락 프로그램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데 성공했지만 연예인 가학 프로그램이 범람하다 언론과 시청자단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대부분 폐지됐다.

한편 KBS 환경스페셜 일요스페셜 역사스페셜과 MBC SBS EBS의 자연다큐 등은 시청률이 저조했지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표절문제는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했다. MBC ‘청춘’이 일본 후지TV ‘러브 제너레이션’을 표절한 사실이 밝혀져 조기 종영한 것을 비롯 SBS ‘서세원의 슈퍼스테이션’등이 표절혐의로 방송위의 제재를 받았다. 그리고 SBS ‘해피 투게더’‘토마토’등도 표절의혹이 제기됐다.

IMF로 운영난을 겪고 도산을 거듭하던 케이블 업계도 관련법 개정으로 SBS의 골프채널 인수, 인터파크의 동아TV 인수 등 운영주체가 대폭 바뀌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배국남·문화부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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