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분위기가 예년과 전혀 다르다. 새천년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고 우려했던 Y2K문제도 큰 사고없이 넘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혼란보다는 희망을 기대하는 모습들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는 덕담은 그 어느해보다 많은 뜻을 담고있다. 새해, 새세기, 새천년에 대한 다짐인만큼 웅대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진심어린 분위기다.

경제계 역시 희망과 각오로 가득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희망을 구체화하기 위한 설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특히 내주중 발표할 2000년 경제운용계획의 마무리 작업에 분주하다. 그 내용은 성장률 6%, 소비자물가상승률 2~3%, 경상수지 흑자규모 120억달러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아울러 실업률 4.5%안팎, 총외채 1,200억달러대로 예측하고 이같은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분야별 운용방향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전망 및 경제운용방안에 대한 관계전문가들의 다양한 비판적 시각들도 이번주와 내주에 걸쳐 만만치 않게 제시될 전망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우선“20-80에 대한 구체적 접근없이 성장과 안정만을 얘기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들이다.

‘20-80’이란 잘사는 20%에 더 어려워진 80%라는 의미로 “IMF이후 더욱 극명해진 빈부차 해소방안이 올 경제운용계획에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구조적 변화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성장은 거품이어서 느슨해진 개혁고삐를 더 당기기 위한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재계는 경제운용계획에 반영할 건의안을 다각도로 마련중이다. 이미 노조전임자 임금지금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전달한 재계는 곧 회장단회의를 갖고 금리나 환율운용등에 대한 기업들의 바램도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


'퓨전경영' '살아남기 전략' 이 기업.금융계이 화두로

3일 시무식을 가진 기업이나 4일부터 정상영업에 나선 금융기관들은 ‘디지털’과 ‘퓨전’으로 대표되는 경제계 새해 화두를 경영현장에 옮기기 위한 계획들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정보통신과 인터넷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재차 확인하고 새로 구축된 경영진을 주축으로 전반적인 사업구조 재편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서로 다른 개념을 하나로 통합해 전혀 새롭고, 발전적인 상품과 사업을 창조해낸다는 ‘퓨전’이란 개념을 경영에 접목하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은 올해가 ‘죽느냐 사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한 해라는 판단아래 ‘서바이벌 전략’을 마련중이다. 크게는 시중은행이 3~4개로 재편된다는 예측에서부터 투신권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대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있다.

그동안 하루도 거르지않고 Y2K에 대비했던 전산관련조직들이 한숨을 돌리자 이제 경영전략조직들이 전면에 나서 올 한해 금융권에 거세게 몰아칠 재편바람에 대비하는 모습들이다.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한 각종 미제현안들에 대한 대비 역시 이번주 경제계로서는 중요한 관심사다. 대우문제나 삼성차, 노사문제 등이 가장 큰 미제현안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도 이번주부터 다각도로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대우문제는 국내 채권단이 34%였던 대우 주력4사의 채권상환율을 36.5%까지 높여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외 채권단이 59%의 상환율에서 아직 입장을 바꾸지않아 합의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협상의 진전여부는 이번주중 어느정도 가늠될 것 같다. 대우차 매각문제가 이번주중 보다 진전될 것이며 삼성차 처리에 대한 정부 및 해외 자동차사들의 움직임도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Y2K문제의 경우 지하철이 멈추는 등의 최악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여전한 현안이다. 경기 평촌의 한 아파트에서 난방시설이 가동중단되고 축사에서는 사료가 정상대로 공급되지 않는 등 10여건의 크고작은 Y2K사고가 실제 있었다. 안병엽 정보통신부차관은 “일부에서 드러났듯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점포, 대형 민간건물 등에서는 Y2K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Y2K말고도 다소 어수선한 구석이 없지않다. 각료들의 정계진출과 이에따른 개각이 내주중 있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부분 부처들이 들떠있다. 장차관의 이동가능성이 높은 일부 부처의 경우 자리얘기에 일은 아예 뒷전이다.

이종재·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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