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뒷거래, 약 오남용 사라질까?

2000 01/05(수) 19:30

[사례1] “아마도 지금까지 의사와 제약회사간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의 종류는 진료 과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한정돼 있다.

다시말해 얼마든지 특정 제약회사를 밀어줄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이 로비가 분명히 있다. 그들과의 비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향응과 얼마간의 촌지가 오가는 것이 관례다. 한두번 이런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당연히 ‘같은 값이면’하는 마음이 의사라고 안생기겠는가.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더 좋은 제품이 나와도 그것을 바꾸기가 힘든 것이다. 사라져야 할 고질적인 병폐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모종합병원 과장 의사)

[사례2] “2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해 오지만 약물 남용에 대해서만은 솔직히 할 말이 없다. 사실 조제약 판매는 약국의 존립,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살 감기나 소화기 장애 등으로 보통 2~3일분씩 지어가는 조제약은 약국 매출과 마진에서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어느 약사나 ‘그 약국에 가면 병이 잘 낫는다’는 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그런데 약사들이 환자들의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라곤 환자들이 말로 하는 증상외에는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부수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증상에 대한 약을 뭉뚱그려 처방할 수 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원자탄조제, 산탄조제다. 예를 들어 감기 증상이 조금 있다면 나중에 기침으로 후두염이 생길 수도 있으니 항생제까지 끼워주는 그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약의 강도와 종류가 자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병이 호전되면 그 환자는 다시 찾아오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투약 강도만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사실 외국의 경우 감기 환자에겐 충분한 휴식과 적당한 음식 조절을 권하는 것 외에 따로 약처방을 하지 않는다.”(모 약국 약사)


의약분업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던 지난해말 한 PC 통신에서는 한 전직 종합병원 과장 의사인 최모(42)씨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됐었다. ‘의사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글에서는 그는 자신이 입원 환자 한사람당 약 10만원 정도의 돈을 제약회사로부터 받았고 밝혔다.

또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약효가 떨어지는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이같은 폐단이 의약 분업을 계기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생제 남용빈도, 심각한 수준

의약 분업이 가져올 장점은 바로 병원과 제약회사,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검은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커넥션을 통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폐단이 발생한다. 그러나 의약 분업의 궁극적인 목표중의 하나는 약물 오남용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병원 임상병리과 배직현 박사팀은 패혈증으로 사망한 남자환자에게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을 국내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균은 옷이나 물건 등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 박리성 피부염, 폐렴, 장염 등을 일으킨다. 이 균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도 죽지 않아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린다. 세계에서도 발견된 지 몇 안되는 희귀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현재로서는 치료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희귀한 슈퍼박테리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을까. 이것은 국내에 만연된 약물 오남용과 관계가 깊다.

항생제는 마취제, 엑스레이와 함께 의료계의 3대 발명 의약품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약품이다. 그러나 뛰어난 효능과 달리 장기 복용에 따른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어 약물 오남용의 척도가 되어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사용빈도는 58.9%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22.7%)의 2배가 넘는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률(일정 농도의 약에 균을 넣었을때 균이 죽지 않고 생존하는 수치)이 70~77%로 미국(10%) 영국(15%)의 5~7배에 달한다. 같은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5배 이상 강한 항생제를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항생제 뿐아니라 주사제의 사용 빈도도 소아나 성인 구분없이 56.6%나 돼 WHO의 권장치(17.2%)를 3배나 초과한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 했을때 처방하는 의약품의 수도 외래환자 4.2종, 입원환자 6.3종으로 WHO 기준치(1~2종)를 훨씬 상회한다. 이러다 보니 전체 의료비중 약제비의 부담이 커 질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의 경우 약제비 비중은 미국(8.4%)과 영국(15.3%)의 2배가 넘는 30.3%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약을 많이 먹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질 향상불구, 의료비인상 단점

의약 분업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약분업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의 70% 이상이 실시하고 있다. 모두들 시행 초기 각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결국은 국민 보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현재의 의약 분업 제도에는 보완할 점도 있다.

정부 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의료비 인상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99년 11월15일을 기해 거품이 심했던 의료보험 약가를 고시가 대신 실거래가로 지급하는 ‘실거래가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평균 의보 약가 마진을 30.7%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대신 의료계의 수입 감소를 만회해 주기 위해 의료보험 진료수가를 9% 인상시켰다. 그러나 병·의원 의사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의약 분업 철회’와 ‘대폭적인 진료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을 강행했다.

보건복지부도 의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는 어쩔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 당국은 병·의원에 내던 약제비를 약국 조제때 내면 큰 비용 증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차피 병원 진료비가 오르게 되면 추가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소비해야 하는 시간과 교통비 증가도 불가피하다.


환자가 병원ㆍ약국 왕래해야

또 병원과 약국을 왕래해야 하는 불편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은 국내 약국 수가 의원과 병원수 만큼 전국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으리라고 말하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과 약국을 찾아 이러저리 해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사제를 투여해야 할 환자의 경우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 가서 주사제를 구입해 다시 병·의원으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정부 당국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심각한 약물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이 역시 교언(巧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약 분업은 의사 약사 병·의원 제약회사 등 모든 의료인들과 국민 모두 함께 희생과 불편을 분담한다는 대전제하에서만이 성공할 수 있을 듯 싶다.



병원 주변 땅값 오름세

의약분업을 앞두고 병원 주변의 땅값이 오름세를 보이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 조짐마저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주변 약국이 들어설 부지의 땅값이 평당 600만원 안팎으로 1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또 서구 동대신동 동아의료원 인근도 평당 4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올랐다.

백병원과 의료보험관리공단, 암센터 등 대형병원 3개가 들어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대 대로변도 6개월전보다 10% 오른 평당 3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또 대구 북구 노원동 팔달정형외과 주변 대형 상가 임대가격이 1개월전에 비해 두배 가량 폭등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주변도 3~4개월전부터 대형 병원 개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문의가 꾸준히 몰려오더니 현재는 20% 가량 오른 평당 800~1,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에는 “핵심 요지의 경우 병원 직원이나 약사들이 신분을 감춘채 땅을 사들이고 있는 등 투기 조짐마다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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