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약 구입 '불편' 하지만 오남용 막자는 것"

2000 01/05(수) 19:36

1963년 법에 정해진지 실로 37년만에 드디어 금년 7월 의약분업이 실시되게 되었다. 이렇게 긴 시간만큼 의약분업은 실현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의미도 된다. 어찌 크고 작은 논쟁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의 우여곡절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제 6개월, 남은 기간 중의 준비와 특히 실시 직후의 어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수많은 쟁점 중에서도 주사제와 병원에서의 분업이 끝까지 문제가 되었다. 국민들의 불편이 심할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주사제는 오남용이 가장 심한 약품 중의 하나이다.

외래환자에게는 가급적 주사제를 사용하지 말고 먹는 약을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꼭 써야하는 주사제, 예를 들어 수술이나 처치에 관련된 주사제나 예방접종 약은 이미 예외로 분류되어 있다.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중소병원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한 불편의 정도는 의원급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규모가 큰 병원에서 쓰는 희귀의약품 등은 이미 예외로 되어 있어 병원에서 직접 조제해 받을 수 있다. 물론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는 당연히 병원 안에서 모든 약을 투약 받을 수 있다.



약국담합, 처방전 독점현상 해결이 관건

병의원과 그 인근의 약국이 담합하여 처방전을 독점하는 현상, 그리고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방지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이다. 약사들의 불법적인 의료행위와 임의조제 행위는 반드시 이번 기회에 없애도록 해야 한다. 담합행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국민들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의약분업이 ‘불편한’제도라는 점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 불편은 익숙해짐으로써 없어지는 ‘일시적인’ 것이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불편한 제도라면 어떻게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있겠는가? 아직도 의약분업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의 한의학 문화를 가진 나라 외에는 없다.

의약분업은 사실 국민들을 ‘다소간 불편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약을 구하기 ‘너무’ 쉬웠던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아무 약이나 무원칙하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오남용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제 약을 구하는 데는 반드시 전문인의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의약품 사용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혹자는 의료비의 증가를 걱정한다. 물론 의사의 진료를 받고 나서야 처방을 받아 약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추가비용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의약분업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훨씬 더 개선될 것이다. 먼저 의사의 진료를 받음으로써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과 투약지침을 받게 된다. 의사와 약사는 처방과 조제를 분리 담당함으로써 서로의 활동을 보완하게 된다.

제약회사간 품질경쟁이 강화되어 의약품의 품질 자체가 개선되게 된다. 또, 의약분업은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 지금까지 잘 몰랐던 투약 내용을 소상히 알게 되고, 부족했던 의사의 설명과 약사의 복약지도가 강화된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비용의 증가는 그만한 대가가 있는 것이다.

의약분업은 기본적으로 행태에 관한 정책이다. 의사와 약사 등 전문인의 의료제공 행태, 그리고 일반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정책은 제도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당사자인 국민, 의사 및 약사들에게 제도의 목적, 내용, 효과 등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홍보가 대규모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김용익·서울대의대 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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