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48)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은 99년 8월 총리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곧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며 ‘푸틴 신드롬’이 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인기몰이는 지난해 10월 체첸에 대한 공격을 전격 개시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시작됐다. ‘체첸 바람’은 크렘린을 괴롭혀온 옐친 가족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파탄 등 굵직한 악재를 모두 잠재워버렸고 푸틴은 70%가 넘는 지지율로 역대 총리 중 최고의 인기를 선물했다.

96년 옐친의 선거대책 본부장을 지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가 이달초 “푸틴이 부른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하는 등 전직 실세들까지 푸틴의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

푸틴은 국가안보위 서기겸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낸 정보통. ‘소리없는 전쟁터’인 정보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 답게 구 소련붕괴 후 급변하는 정치환경에 신속하게 적응, 승승장구하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96년 크렘린 행정실에 발탁된 이후 옐친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옐친의 ‘가신 그룹’에 속한다.

푸틴은 대중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포커 페이스’로 유명하다. 75년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FSB전신인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에 투신, 냉전이 치열한 (동·서)독일에서 오랜기간 첩보활동에 종사했다.

90년 레닌그라드 시위원회 서기 보좌관이었던 그는 91년 소련이 붕괴되자 개혁주도세력에 몸을 맡겼다. 90~96년 아나톨리 소브차크 상트 페테르부르그 시장 보좌관과 상트 페테르부르그시해외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96~97년 대통령실 총무국 부국장, 97~98년 크렘린 제1행정부실장, 98년7월부터 99년 3월까지 FSB국장을 맡았다. 99년3월에는 FSB국장겸 국가안보위 서기로 발탁됐다가 총리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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