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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거짓말’ 이 남긴 것

그것이 아름다운 모습이건 아니건 그 시대의 거울은 있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한국영화계.

꿈의 숫자인 시장점유율 40%를 달성했고, 단편영화는 해외에서 수상소식을 전했다. 영화인의 단결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도 지켜졌고, ‘쉬리’‘용가리’가 해외시장에서 기세를 올렸다. 할리우드 블로버스터 전유물인 첨단 테크놀로지의 도전과 성공, 신세대 감독에 의한 신세대적 느낌의 영화들이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고 한국영화는 새 천년에 태평성대만을 구가하는 일만 남았을까. 절대 아니다. 그 화려한 외양 만큼이나 버려야 할 유산과, 고쳐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기초가 없이 스타일만 난무하는 영화, 그것에 대한 맹목적 추종, 서사구조의 실종. 영화진흥위원회는 10명의 위원중 3명만 남아 6개월 넘게 정책의 첫 걸음조차 옮기지 못하고, 영화인들의 여전히 신·구, 보수와 개혁으로 나눠져 밥그릇 싸움을 계속하고, 배급과 제작의 ‘빈익빈 부익부’는 점점 심해지고. 논리와 타당성 보다는 감정적인 대립으로 제도와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그래서 한국영화는 여전히 부끄럽고 불안하다.

장선우 감독의‘거짓말’이 마침내 심의를 통과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12월29일 그동안 두차례나 등급보류를 받았던 이 영화에 ‘18세이상 관람가’등급을 부여했다. 김수용 위원장은 “객관적으로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객관적 심의규정이란, 처음부터 성기 노출부분은 뿌옇게 가렸으니 성행위의 대상으로 여고생이 등장하는 부분과 노골적이고 외설적인 대사를 말한다. 제작사인 신씨네는 처음 심의 때보다 무려 13분가량을 잘라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거짓말’만큼 한국영화의 총체적인 모순과 병폐를 반영하는 작품도 없다. ‘거짓말’만큼 한국영화게가 풀어야할 숙제를 많이 던지는 작품도 없다. 아직도 선정주의, 센세이널리즘으로 한탕하려는 생각. 음란물로 규정된 장정일의 소설‘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여전히 이런 것이 먹히는 우리의 영화관람수준. 감독은 ‘나쁜 영화’가 그랬듯 작품의 진지성보다는 문화적 사건일으키기와 자신의 이상한 취향으로 관심을 끌고, 마치 그것이 ‘표현의 자유’의 외침과 ‘억압에 대한 저항’인양 떠든다. 그의 교묘한 자기합리화와 미화에 속아, 아니면 자신이 그 영화에 예술성과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극찬을 하지 않으면 개혁주의자도 작가주의 지지자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등급보류란 시퍼런 칼로 가위질을 강요하고, 제작자는 작품성 예술성을 들먹이다가도 상영에 제동이 걸리면 거리낌없이 가위질을 한다. 자기 작품과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영화인과 자기감정과 파벌에 의해 심의잣대를 대려는 위원들. ‘거짓말’이 이제야 심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전에는 경쟁을 두려워한 제작자와 배급자의 로비 때문이란 소문도 이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냉정한 분석없이 문화에 대한 자유주의자로 비춰지려, 마치 ‘거짓말’을 위해 ‘성인전용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인터넷시대 문화의 전파력은 최첨단을 달리는데 여전히 한가롭게 극장상영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책의 시대착오성. ‘거짓말’은 이렇게 한국영화의 온갖 병폐들을 화두로 던지며 제작후 1년만인 1월8일 일반 관객을 찾아간다.

‘별 것 아닌 것’이 되든‘포르노’로 취급받든 ‘폭력에 대한 희화적 저항’으로 추겨세우든 그것은 이제 관객들의 몫이 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화제의, 논란의, 인터넷과 CD롬, 불법복제 비디오 테이프로, 그것도 내용을 일부 왜곡한 것으로 본 ‘거짓말’에 몰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한국영화는 또 한걸음 나아가갔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대현·문화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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