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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작은 실천이 이끌어가는 사회

‘14억5,200만원→8억8,100만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문부분 12월30일 현재), ‘13억5,478만원→16억5,543만원’(구세군 자선냄비), ‘10억원→100억원’(삼성그룹). 98년과 99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의 변화입니다. 신문부문이 5억원 이상 줄어든 반면 자선냄비는 3억원이상 늘어났습니다. 98년 10억원을 기탁했던 삼성그룹은 10배나 늘려 기탁했습니다. 삼성그룹은 100억원과는 별도로 50억원을 책정, 임직원들이 직접 불우이웃들을 찾아 전달했습니다.

위의 변화들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말해줍니다. 신문사들을 통한 모금이 저조한 것은 성금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듯 해 씁쓸합니다. 모금회 관계자들은 99년부터 신문협회의 결정으로 액수의 과다와 관계없이 기탁자의 이름을 똑같은 활자로 게재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예년에는 고액기탁자(법인)의 경우 이름을 큰 활자로 하고 사진까지 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활자’로 하면서 기업이 노리는 홍보효과나 개인의 이름알리기 효과가 없어진 것이지요. 이는 뉴스시간 끝부분에 기탁자의 이름을 알려주는 방송사들의 모금이 크게 늘어난데서 잘 드러납니다. 방송부분은 33억8,700만원(12월30일 현재)으로 지난해 9억6,500만원에 비해 무려 24억여원이나 늘어났습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지난해보다 많은 성금이 모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는 보통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예년에는 100만원 이상 고액성금이 2~3곳의 자선냄비에 들어있었으나 99년에는 2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자선냄비 성금 기탁자들에게는 다른 노림수 없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마음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올해 성금모금에서 대기업들은 어땠습니까. 대통령이 재계인사들과의 오찬에서 ‘비자금을 만들지 말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많이 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12월28일 삼성그룹이 성금 150억원 전달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성금 100억원은 이건희회장이 낸 10억원과 임직원 모금액 18억원, 계열사기부금 72억원 등으로 마련됐습니다. 5만여 임직원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 장애인 가정,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는 봉사활동행사에 소요된 50억원은 그룹차원에서 지원했다고 합니다. 삼성그룹은 또 12월31일 종무식 대신 전국에서 대청소 활동도 벌였습니다.

삼성그룹의 일련의 행위들은 모처럼 보는 바람직한 대기업상입니다. 그동안 재벌들은 매년 할당량을 정해 성금을 기탁해왔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발상이었지요. 그런 풍토를 삼성그룹이 깼습니다. 다른 그룹들에게는 과연 얼마를 내야 하느냐는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비자금’발언이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면 많이 내고 적게 벌었으면 적게 내면 그만입니다. 성금을 내는 것은 기업을 있게 해준 소비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 질 것입니다. 소비자 없는 생산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관행깨기는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삼성의 성금 기탁이후 SK그룹은 불우이웃 돕기성금 5억원과 실업기금 20억원 기부를, 현대그룹은 성금 5억원과 바이코리아 펀드 조성으로 번 판매수익금중 40억원 실업기금 출연을 12월30일 각각 발표했습니다.

현대는 앞으로 400억원 규모의 실업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들이 사회를 위해 새로운 기여방법을 찾고 연구하다보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임을 확신케 해주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워런 버핏이 12월27일 자선단체에 1억3,350만달러(약 1,512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360억달러(약 40조원)의 재산가인 그는 자녀에게 2%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투자가로 꼽히는 그는 최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돈을 많이 기부하지 않는 것은 재산을 더 불려 나중에 더 많은 돈을 기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산안물려주기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재산의 사회환원 운동입니다. 반짝 인심보다는 꾸준한 도움이 불이이웃들에게 필요합니다. 가정마다 매달 복지시설 등에서 발행하는 지로용지를 받아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입금하는 새 천년을 그려봅니다. 작은 실천이 이끌어 가는 사회입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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