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200여년간 인류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던 산업혁명의 기본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고 있다.

실물 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금융 정보 뉴스 오락 같은 콘텐츠(Contents)에서, E메일을 통한 각종 사이버 동호회와 네티즌 압력집단 등의 커뮤니티(Community) 구성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시장 기능과 비즈니스의 패턴, 심지어는 삶의 취향과 방식마저도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재생산, 재가공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역시 전자상거래(E-Commerce)다. 전자상거래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가장 전통있는 붕어빵 가게 사장 김옥순입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지요, 옛날에는 컴퓨터가 있었나요. 하지만 세상이 바뀐다고 해서 붕어빵 맛도 달라지나요. 항상 옛날 맛 그대로의 붕어빵…저희 ‘작은 붕어빵’으로 오세요. 붕어빵 홈페이지라고 해서 못하라는 법 있나요…’(웹타운 1호점)

이제 전자상거래(E-Commerce)는 인터넷 벤처 기업과 N세대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동네 골목안 붕어빵 가게에서 미국 나사(NASA)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전반에 깊숙히 퍼져 있다.

두딸을 둔 송영예(32)씨는 일찌감치 E-비즈니스에 눈을 뜬 신세대 가정주부다. 송씨가 인터넷 CP(Contents Provider) 사업자이자 강사, PC통신 시삽(운영자)과 전문숍까지 운영하는 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은 뜨개질과 인터넷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전업주부였던 송씨는 임신중 태교를 위해 뜨개질을 하게 됐고 점점 재미를 붙이면서 1996년 PC통신 하이텔 뜨개질 동호회 ‘바늘 사랑’의 시삽까지 맡게 됐다. 이듬해 IMF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조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아예 뜨개질 사업가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송씨는 먼저 인터넷상에 바늘(www.banul.co.kr)이라는 유료사이트를 개설, CP사업에 나섰다.

당시 회비 3만원. 송씨는 모자, 장갑, 목도리에서 헤어밴드, 휴대폰 같이 돈(?) 되는 뜨개질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며 차츰 사이트를 키워갔다.

워낙 일찍 뛰어든 덕분에 소문에 소문을 업고 회원이 늘어났다. 현재는 손뜨개에 관한 책도 출간하고 압구정동과 경기도 화정에 전문 숍도 열었다. 간간이 대학 강단에도 선다. 단순히 태교의 하나로 끝나 버릴 수도 있었던 뜨개질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의 E-비즈니스로 발전한 것이다.



1대1 마케팅, 상거래의 대변혁

21세기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필연적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국경과 지역적 제한이 없는 무한대의 시장을 상대로 실시간 1대1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강원도 산골에서도 손끝 하나만 움직이면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쇼핑몰에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1대1 마케팅의 실현은 그동안 판매자(Merchant) 위주로 이뤄지던 상거래 체계가 소비자(Consumer) 중심으로 바뀌는 엄청난 변혁을 가져왔다. 소비자가 상품 기획과 디자인에서 하자 보수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판매 담당자와 1대1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권리가 강화된 것이다. 생산 보관 유통 판매 배달 등 물류 시스템의 효과적인 분업과 전문화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이것은 당연히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물류가 간편하고 투명해지면서 공평 과세에도 큰 역할을 한다. 국내 소비자가가 높은 이유중 하나는 중간 도·소매상의 과도한 마진이 큰 원인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 상품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간 도·소매상의 농간은 설자리가 없다. 자연히 유통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또 거래 실적이 그대로 전산 처리되기 때문에 예전 같이 허위 소득신고 등의 부정이 발생할 여지도 적어진다.



아마존, 5년만에 연간매출 6억달러

앞으로 전자상거래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마존 컴’(www.amazon.com)의 예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장 제프리 베조스(34)는 1994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양 산업으로 여겨지는 서적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기존의 판매 방식과 달리 인터넷으로 주문·결재하는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애리조나 사막 인근 조그만 사무실에 컴퓨터 한대를 설치한 것이 그가 투자한 전부였다. 물론 그에게는 단 한권의 책도 없었다. 40여평의 사무실에 단 36명이 직원이 전부인 이 회사는 창업 3년만에 3,200만달러라는 경이적인 판매실적을 올렸다. 창업 5년째인 지난해말 현재 이용객수 840만명(실질 고객 기준)에 연간 매출액 6억1,000만달러, 종업원 2,100명(1998년 12월 기준)을 거느린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3위의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자상거래를 앞세워 오프라인에서 서적 1위인 반즈앤노블사를 가볍게 제치고 미국 서적의 85%를 점유해 버린 공룡으로 커버린 것이다.


거래규모 급성장, 2003년 8조달러예상

전자상거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자수가 1998년 5월 약 1억5,000만명이던 것이 1999년 말에는 3억2,000만명으로 110% 가량 늘었다. 이 추세에 발맞춰 1998년 3,360억달러였던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도 지난해 6,000억달러로 두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8조1,233만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 판매 부문의 경우 지난해 4,000억달러에서 2003년에는 5조3,000억달러로 폭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 약 2,000만개의 웹사이트가 개설돼 있고 지금도 매시간 6만5,000여개의 신규 사이트가 탄생하고 있는 점으로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도 1998년말 300만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9월 600만명으로 두배가 늘어나는 등 최근 3년간 10배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에는 1,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도 1998년 58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말에는 4,500억원으로 800%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올해 약 7,179억원으로 늘어나고 2003년에는 3조5,848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장영(39) 수석연구원은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경우 전체 상거래에서 B(Business) to c(Consumer)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한 실정이나 2005년에는 전체 거래 비중의 80%로 현재보다 80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우리는 미국에 뒤진 후발국이지만 오히려 규모는 미국보다 높은 1%를 약간 상회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아마도 2005년이 될 경우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상거래는 E-비즈니스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세기 정보화세계의 필수

이같은 전자상거래는 ‘자본과 기술’에 좌우되던 자본 시장의 메커니즘을 ‘정보와 지식’사회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력과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富)를 창출했던 20세기와 달리 이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국내 증시를 선도하고 있는 다음과 새롬기술 등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앞선 신기술로 단숨에 인터넷시장의 거인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현재 국내에서 전자상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사이버 쇼핑몰은 지난해말 1,000여개로 미국(45만여개)과 일본(7,000여개·1999년 9월말 현재)에 비해 턱없이 적다. 반면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350조원으로 전체 주식 거래량의 50%에 달한다. 이는 오히려 미국(30%)을 앞서는 수치다. 그만큼 국내 전자상거래의 미래는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E-비즈니스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국가 개인 기업 모두 21세기 정보화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