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었지만 아직 선거법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날씨만큼이나 선거분위기도 얼어붙은 상태다. 이번 선거는 특히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해 선거판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구도가 해소되느냐에 따라 새천년 우리정치의 앞날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때마다 3김정치 청산과 지역구도타파라는 명분을 내걸고 군소정당들이 끊임없이 생겼지만 결국 현실정치의 높은 벽과 공고한 기득권만 확인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마지막 재야’를 자처하는 장기표(56)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두차례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사덕의원(무소속)과 함께 15일께 ‘개혁신당’을 출범시키는 장원장을 만났다.


-국민회의 등으로부터 영입제의도 받았을텐데 신당을 출범시키는 이유가 있습니까.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가장 후진적인게 정치입니다. 정치에서도 지역구도는 만악의 근원입니다. 지역구도 때문에 보스정치가 가능하고 정치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기잇속만 차리는데 정신이 없는거죠. 21세기 세계사적 변혁기에 우리민족이 어떻게 발전하느냐는 지역구도를 깨느냐 못깨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홍의원과 뜻이 맞아 전국정당, 민주정당을 출범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얼마전 한 언론사에서 조사한바에 따르면 국민회의 후보가 23.8%, 자민련보수연합후보 8.7%, 한나라당 후보 22.9%였는데 저와 홍의원 연합 무소속 후보는 34.2%가 나왔어요. 물론 이게 다 표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은 반영된거죠.”


-기존 정당에 참여해도 가능한 것 아닙니까.

“현정권은 매국정권입니다. 한나라당은 국가경영능력이 없는 무능정당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됐습니다. 저는 89년 재야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면서 민중당을 만든 이후 단 한차례도 3김정당의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지역정당에는 가지 않을 겁니다.”


-현 정권을 매국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은행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상장사 시가총액의 20%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달러가 들어온다고 좋아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입니다. 외국인들이 바보입니까. 수입의 상당액이 달러로 환전돼 매년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앞으로 외환위기는 구조화할 겁니다.”


-그동안 두차례 선거에서 현실정치의 벽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굉장히 느꼈지요.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이 아니면 정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12명 정도 되는데 모두 급여가 나가지 않습니다. 돈도 없고 돈들여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조직을 만들지만 않으면 됩니다. 92년과 96년 동작에서 출마해서 2만표정도를 얻었는데, 3위로 낙선했지요. 그러나 당시 상황을 생각할 때 2만표가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지금은 더욱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꼭 당선되리라고는 장담하지 않습니다. 떨어질 수도 있는 거죠.”


-일부에서는 신당창당을 몸값을 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던데.

“민중당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기상조’라느니 ‘몸값올리기’라니 말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한 사람들중 상당수가 국민회의나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제의를 받았지만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기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혁신당은 2002년 대선에서 집권을 목표로 출범합니다. 집권을 목표로 하지 않는 정치집단은 무의미합니다.


지역구도를 깨는 전국정당을 꾸려나갈 겁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경상도를 중심으로 지역차별이 더욱 심화할 겁니다.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군소정당들이 난립하면 오히려 기존 정당들에게 유리한 것 아닙니까.

“민주노총이 지지 하는 민주노동당과는 선거연합을 할 계획입니다. 노선이 같아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분열의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몇차례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을 만나 선거연합을 제의했고 그쪽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명인사를 영입할 계획은 없습니까.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라를 위해 조금도 희생하려 하지 않죠. 우리는 젊고 신선한 사람들 중심으로 하고 10~12개 분야에만 정책을 제시해 심판을 받을 계획입니다.
요즘도 지방을 자주 돌아다니는데 개혁신당에 대한 지원을 많이 느낍니다.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의 표시죠. 개혁신당이 출범하면 사무실은 인텔리전트오피스로 꾸밀겁니다. 인터넷을 활용해서 선거운동을 하면 돈 많이 안들어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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