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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웬 감사광고?

‘우리 200만 건설인은 ‘밀레니엄 대사면’에 대해 머리숙여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담합·부실 등 낡은 관행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밝고 희망찬 새천년 건설에 앞장 서겠습니다.’

1월 4일자 신문들에 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광고 내용입니다. 정부가 2,000여 담합건설사와 200여 부실설계감리사, 700여명의 불법시공 관련 건설기술자를 사면해주기로 한데 따른 것입니다. 기쁘기 그지없겠지요. 그들 말고도 밀레니엄사면 조치로 ‘감사’를 연발해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면조치에 감사하는 여러 부류중에서 건설단체들의 광고를 거론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실시공은 우리에게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병폐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또 광고에 나타난 문구에 자기반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건설단체총연합회는 담합·부실 등 낡은 관행을 과감히 떨쳐버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관행은 ‘낡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자 ‘불법’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불법을 낡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자기합리화가 엿보입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 부실시공으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면 ‘감사’에 앞서 ‘용서’를 빌어야 마땅합니다.

그렇지 않은 감사는 은전을 베푼 사람에 대한 ‘다짐’일 뿐입니다. 자신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다짐은 말로만 끝날 소지가 다분합니다.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그들의 광고가 나온 같은 날과 그 뒷날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서울시가 건설공사, 주택·건축, 세무, 위생, 소방 등 5대 민생분야 민원 업무를 이용했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건설공사와 주택·건설 분야의 반부패지수(청렴도)가 100점 만점에 각각 71.4점, 72.9점으로 세무 위생 소방분야 보다 낮았습니다.물론 이 조사의 반부패지수는 민원담당 공무원의 청렴도를 말하는 것입니다.그러나 공무원의 청렴도는 민원인의 청렴도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담당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사례에서 잘드러납니다.

금품·향응 제공 사례에서 건설공사와 주택·건설 부분이 각각 21.0%, 12.5%로 다른 분야보다 높았습니다. 금품·향응 제공 규모가 5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건설공사 분야 25.3%, 주택·건축 13.7%로 높아 건설 분야의 비리가 심각함을 발 보여주었습니다.

원칙대로만 하면 부정한 돈을 건넬 이유가 없습니다. 설사 공무원이 돈을 요구한다해도 안주면 그만이지요. 불·탈법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원칙에서 벗어나 뒷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대형공사 입찰비리 폐해는 익히 아는 바입니다. 뒷돈 거래는 저가낙찰로 귀결됩니다. 뒷돈 거래는 하청 재하청 과정에서도 계속 되면서 공사에 투입돼야 하는 돈이 곳감 빼먹듯 줄어듭니다. 결과는 부실시공이지요.

감사 광고가 있은 뒷날 10개 대형 건설업체들이 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원 조성공사 입찰장소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찰을 유찰시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연고권을 주장하는 업체들간에 자율조정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입찰시각에 입장하라고 독려하는 공무원을 ‘소 닭보듯’해 고의로 유찰시켰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나눠먹기이지요.

그동안 입찰비리 수사를 보면 업체간의 나눠먹기에는 거의 예외없이 돈이 오갔습니다. 이번 사건은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아 돈이 오가는 사태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낡은’ 관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정부는 SOC사업을 상반기중에 조기집행키로 했습니다. 1년 사업이 거의 한꺼번에 발주되면 그만큼 수주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주하지 못하면 1년 농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수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건설관련 단체들의 ‘다짐’이 말로만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머리 숙여 마음 속 깊이’라는 췌사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밀레니엄 사면조치의 이면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원칙대로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허탈함과 그들의 불·탈법으로 고통을 당하거나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건설단체들의 광고를 거론하는 또다른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난무할 선심성 정책과 후보들의 무분별한 발언도 경계하자는 의도입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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