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운동이 발달한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시민운동단체들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낙선운동, 입법감시운동을 비롯한 정치적 활동을 펴고 있는 단체도 부지기수다.

수도 워싱턴에만 200여개가 넘는 각종 유권자 시민단체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정치자금의 투명한 흐름을 감시하느라 분주하다. 이같은 경향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 극단적 형태의 정치활동도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기본적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총선시민연대’같은 전국적 형태의 연합조직체나 ‘경실련’처럼 다수 이슈를 포괄하는 종합시민단체가 특정인 낙선운동을 벌이거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하는 움직임은 최근들어 많이 줄었다.

대신 환경보호, 낙태, 동성애 등 특정 이슈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주장을 폈거나 입법활동을 한 후보자를 낙선시키려는 운동이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구체적으로 표명할 경우 ‘기부금 면세혜택’을 박탈당하도록 돼 있어 각 단체가 정치색을 표명할때는 신중을 기하는 까닭이다. 자산가의 기부금이나 회원들의 회비 및 헌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면세혜택 박탈이 존립자체에 위협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치색 표명에 신중, 코먼코즈가 최대규모

미국 시민단체 중 다양한 이슈를 모두 다루는 종합시민단체인 코먼코즈(Common Cause)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 전직 보건·교육장관 출신 존 가드너에 의해 국민의 요구와 호소를 따르는 행정·정치개혁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코먼코즈는 당시 정치불신에 빠져 있던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1년만에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현재 회원은 25만명.

코먼코즈는 출범 첫해에 상원에서 고용촉진법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간 의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다선의원 우선주의(Seniority System) 혁파에 힘을 기울여 다선의원이 상임위원장을 자동적으로 차지하는 대신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토록 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

이 단체는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지도위원회(30명)를 두고 있는데 위원 임기는 3년. 본부는 워싱턴 DC에 있으며 본부의 경우 유급직원만 50명이고 1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중이다. 재정은 회원들의 회비를 기본으로 운영되는데 1999년도의 경우 본부기부금 66만달러, 각주 기부금100만달러, 회원회비 100만달러, 사망회원의 유산헌금 40만달러 등으로 살림을 꾸렸다.

코먼코즈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이슈를 선정, 각각의 의원이 해당 이슈에 대해 어떤 발언을 했고 투표시 어떤 입장을 표했는지를 일일이 기록해 공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판단자료로 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해 낙선, 또는 당선운동을 벌이지는 않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들어 제약회사비리, 자동차요금비리, 통신비리, 설탕업자비리 등을 중점 감시하고 있다.


비리연루등 의정활동 철저감시

이에 비해 환경보호유권자연맹(LCV)은 보다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꼽힌다. 매번 선거때마다 ‘반(反)환경보호론자’를 선정해 발표함으로써 입후보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단체는 1998년 총선때는 아예 ‘올해의 더러운 후보 12명(1998 Dirty Dozen)’을 선정, 집중적인 낙선운동을 벌였다.

그해 선거에서 이 단체에 찍힌 12명 중 무려 9명이 낙선, 의사당 복귀에 실패함으로써 그후 입법과정에서 의원들이 이 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단체는 특정인을 거명해 낙선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 활동 때문에 ‘무당파(無黨派)’ 비정치 단체에게만 주어지는 면세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았다.

환경보호유권자연맹의 경우는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떨어뜨리자는 운동을 펴지만 이보다 한걸음더 나아가 ‘특정의원’을 거명해 낙선운등을 벌이는 단체들도 있다. 주로 부패 정치인을 대상으로 삼는 이들 단체들은 ‘xxx후보 낙선운동협회’를 결성해 회보 발행, 광고전 등을 펴며 활동중이다.

하지만 상대 후보의 사주에 의해 활동하는 사이비 단체도 많아 일반 유권자들의 호응은 높지 않은 편이다.

윤승용·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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