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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반란] 참여민주주의와 정치현실의 괴리감

시민단체 낙선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은 바람직한 참여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참여민주주의는 일반 시민이 정치체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참여민주주의 기치 아래에서 행동의 정당화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일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참여민주주의의 토대를 침식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편에서 볼 때,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벌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암담한 정치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정치인 중에서 윤리성과 국정수행 능력을 고루 갖춘 이는 극소수인 듯하다. 대의민주주의제의 한 기둥인 선거는 역량과 소신을 갖춘 대표자를 뽑는 기능을 수행치 못하고 있고, 또 다른 기둥인 국회는 마비 혹은 수면상태에 빠져 있다.


정치권에 충격요법, 심정적 공감불러

대의민주체제의 윤활유이어야 할 정당들도 몇몇 보스의 사유물로 전락하여 아래로부터 민심을 집약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통해 정치권, 즉 대의제도권에 충격요법을 가하겠다니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할 만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낙선운동 대상자의 선정이 공정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의 방법상 문제와 시민단체들이 얼마나 대표성을 갖는지의 논란, 그리고 과연 정치권을 변혁시킴에 있어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는 차치하더라도, 낙선운동이 시민운동의 과도한 정치화를 초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건전한 참여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상자 선정이 특정 정파에 유리 혹은 불리할 경우 시민단체들의 순수성이 훼손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 더욱이 수백의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의견을 모을 경우 각 개별 시민단체는 고유한 정체성을 잃고 재래식 정치세력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오늘날 사회이익들의 파편화와 유동성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반대중의 원자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환경에 적합한 참여민주주의는, 각 정책영역별로 시민단체들이 활성화되어 일반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일반시민은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로부터의 정보를 종합하여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적절한 시민단체의 역할은 각 정치인의 신상과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평가하여 유권자에게 전달하는데 머물러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낙선운동은 유권자 개인의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참여민주주의 이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정치세력화 위험, 유권자 판단 혼란

미국의 경우, 좁은 사익 추구의 이익단체가 특정인의 표적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공익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는 모든 의원들에 관한 정보와 그에 입각한 평가점수를 공표하는데 그치고 표적 낙선운동은 자제한다. 미국 유권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각 의원에 대한 수십개에 달하는 시민단체들의 평가를 참조하여 마음을 결정할 수 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시민단체 낙선운동이 자유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통적 이익단체와 공익 시민단체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가 수백명의 전·현직 의원을 개별적 설명 없이 공천 부적격자로 뭉뚱거리는 것이나, 수백개의 단체들이 단일의 부적격자 명단을 만드는 것은 시민운동의 재래식 정치세력화를 촉진시켜 참여민주주의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예를 들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의 선거감시운동과 후보자 바로알기 운동은 정치권에 자극을 주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아울러 종합적 판단은 시민 스스로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낙선운동과는 달리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좋은 모범이라 하겠다.

[ 임성호 교수.경희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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