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박원순(45)사무처장은 최근 얼굴과 이름이 그 누구보다도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이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비리, 반개혁적 후보자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기획해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뽑은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본업인 변호사를 뒤로 한채 2000년 총선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의 정당성을 알리고 낙천대상자 선정작업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지지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번에 여야가 벌인 선거법개정 협상 결과를 보라. 이제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역으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에 걸려오는 전화와 각종 여론조사를 볼 때 국민들의 뜻은 분명하다. 부정과 부패에 물들은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권에서 떠날 때가 됐다. 특히 이번 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힘을 느끼고 유권자 혁명 가능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이 낙천대상자들을 선정하는데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갖는 의견도 많다.

“100% 객관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균형성과 적정성,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상자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다. 현재 각 의원들에게 소명자료를 받고 있고 100인 유권자위원회 등에서 심사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최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정치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합리적으로 행동해왔고 그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낙선운동을 한다고 해서 현장에 나가 유세하는 행동은 안한다. 다만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하는 것뿐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활동할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높은데.

“이미 각오한 것이다. 구속되면 면회오라.(웃음) 변론단을 구성하고 선거법 87조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 여러가지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 참가단체들이 모두 법위반을 불사하겠다는 전제하에 참가했다. 15대 국회들어 시민단체들이 의정감시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는데, 이런 것은 모두 선거와 결부되어야 한다.그런데 현행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의정활동성적을 선거에 전혀 반영시키는 활동은 하지 말라는 건데,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권리를 찾기위해서라도 우리가 희생할 각오다.”


-일부에서는 경실련이 먼저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한데 대해 시민단체들간 주도권 경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들간에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경실련은 나름대로의 생각에 따라 별도로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나는 경실련이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고 언제라도 받아들일 뜻이 있다.”


-변호사 때보다 소득이 크게 줄었을텐데 시민운동에 전념하는 이유가 있나.

“1995년에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되고 처음에는 변호사업무도 같이 했다. 그런데 갈수록 그게 안되더라. 차츰 차츰 이 일에 빠져들다가 보니까 1996년부터는 변호사일을 때려치고 상임 사무처장으로 주저않게 됐다. 급여는 1999년 1월부터 월 100만원을 받게 됐고 올해에는 30% 늘어나서 130만원을 받는데 활동비로 대부분 쓰고 강연료 원고료 등으로 꾸려가 있다. 집사람이 인테리어업으로 생활하고 있다.
내 소득이 크게 떨어지니까 처음에는 아이들이 불평을 많이 하던데 아버지가 하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요즘에는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고마울 따름이다. 나도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앞으로도 변호사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같고 시민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사진부 기자


송용회·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