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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반란] 밥그릇 지키기 의기투합… '개악' 선거법

13개월을 끌어온 여야 선거법 협상이 15일 합의됐다.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마침내 타결됐다. 1998년 12월9일 구성된 국회 정치구조개혁입법특위가 4번 해체돼 재구성되고, 활동시한이 5번 연장된 끝에 나온 결과다.

우선 선거법. 선거구제는 현행대로 지역구당 최대 득표자 1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통합이 예정됐던 인구 30만명 미만인 원주, 경주, 군산, 순천 등 4개 도농통합 지역구의 분구를 계속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지역구가 현행 253석에서 258석으로 5석이 늘게 됐다. 이들 4개 도농통합 선거구는 지난 15대 총선에 한해 예외적으로 분구를 인정키로 했던 곳인데 뒤엎어 버린 것이다. 여야는 나아가 현행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해 인구기준일을 지난해 12월 말이 아닌 9월로 정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의원정수 그대로, 대국민 약속 깨

우리나라 의원 정수는 법에 따라 299명을 넘을 수 없다. 지역구 의석이 늘면서 비례대표(전국구)는 기존의 46석에서 41석으로 5석이 줄게 됐다. 이것은 여야가 스스로 대국민 약속을 깬 것이다. 여야는 당초 IMF체제에 따른 고통분담과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위해 의원 정수를 30석 정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의원정수에 변동이 없을 뿐 아니라 비례대표는 오히려 줄어 개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 선출은 과거 ‘전국단위 1인1표제’에서 ‘전국단위 1인2표 정당명부제’로 바뀌게 됐다. 새로운 1인2표제 하에서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함께 특정 정당에 대해서도 한표를 던지게 된다. 비례대표제에서도 여야는 단합력을 과시했다. 지역구 5석 이상, 또는 비례대표 득표율 5% 이상의 정당에만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도록 돼있는 현행 규정을 유지했다. 비례대표 득표율 하한을 3%로 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군소정당의 원내진입 벽을 높게 유지한 것이다.

비례대표와 관련 새 선거법은 ‘이중등록제’와 ‘석패율(惜敗率)제’를 새로 도입했다. 이중등록제는 정당소속 총선 출마자가 지역구와 전국구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전국구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서는 “신진인사들의 정계진출을 제한하고, 당 중진 등 특정인사들이 기회를 독점하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구 유권자에게 불가판정을 받은 후보를 제도적으로 당선시켜 민의를 거스를 수 있다는 반론도 많다.

석패율제는 패자부활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애석하게 떨어진 후보를 우선 구제하자는 게 취지다. 지역구에서 패배한 이중등록 후보자를 비례대표 당선자로 결정할 때 ‘전국구 순번’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 득표 전적’을 근거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속보이는 정치자금법, 국고보조금도 늘려

선거출마 공직자 사퇴문제는 국회의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개정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선거일 60일 전까지 사퇴하게 돼있는 현행 규정을 단체장과 국회의원에게 차등적으로 개정했기 때문. 단체장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에는 선거일 6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이 단체장에 출마할 때는 입후보 전까지 의원직을 사퇴하면 되도록 했다.

후보자 검증자료 공개는 다소 개선됐다. 재산만 공개하도록 했던 현행 규정에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과 병역, 3년간 납세실적을 추가하도록 했다. 향우회·동창회에 대해서는 법정선거기간(17일) 개최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당원단합·교육도 선거기간만 금지했던 것을 선거일 30일 전부터 금지하도록 강화했다.

정치자금법은 여야의 잇속 계산을 확연히 드러냈다. 선거 국고보조금을 현행 유권자 1인당 800원에서 1,200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했다. 국고보조금이 공명선거를 위한 것인 만큼 보조금을 늘리면, 불법선거 후보에 대해서는 처벌강도를 높이는 게 당연한데 여야는 이를 무시했다. 선거법 등 개정된 정치개혁법은 이런 점에서 기성 정치권과 국민의 괴리감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도 크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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