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여권의 신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창당대회를 갖고 정식 출범한다. 지난 해 7월 김대중대통령이 전남 광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처음 신당 얘기를 꺼낸 뒤 반년만에 창당작업을 완료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민련과의 합당여부를 둘러싼 진통 등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호랑이를 그릴 생각이었으나 고양이 정도에 머문 게 아니냐는 폄하도 있다. 그러나 신당창당이 새인물 영입을 통해 물갈이를 용이하게 하려는 장치로서의 기능은 그런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첫 대표에는 서영훈 제2건국추진위 상임위원장이 지명됐다. 서대표는 오랜 시민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리더십을 인정받았으며 개혁성과 청렴성 등에서도 일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시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서대표가 개인적으로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점이 민주당 대표로 발탁되는데 크게 감안된 것 같다.

서대표는 4월 총선과정에서의 당 관리력 및 대국민이미지 구축 등에 대한 검증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선대위원장에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이인제당무위원을 임명해 서영훈-이인제의 투톱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출발부터 상당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 우선 국민회의를 해체하지 않고 흡수통합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일부 지구당에서는 일시적으로 2명의 지구당위원장이 존재하는 상황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국민회의 출신 지구당위원장이 순순히 물러나 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 버틸 경우 복잡한 조직분규에 시달리게 되고 신당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갈이를 한다는 당초의 여권 구상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현역의원을 교체해야 하는 지구당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현역의원 물갈이는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강령 내각제추진조항 제외에 자민련‘발끈’

또 한가지 민주당이 치러야 할 대가는 당 강령에 내각제추진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은데 따른 자민련의 반발이다. 내각제개헌추진은 97년 대선때 DJP후보 단일화의 대전제로 국민회의의 당 강령에 명시돼 있던 사항.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회의의 법통과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굳이 내각제추진부분만을 제외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내각제추진은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권의 핵심적인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이런 탓에 자민련은 “공동정부를 붕괴시키려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5일 대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정부의 기반은 내각책임제”라면서 “앞으로 국민회의든 신당이든 이를 거부한다면 공동정부의 기반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세계적으로 권력구조 문제를 정강정책에 못박은 사례가 없으며 내각제를 못박지 않는다고 공동정권의 정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각제추진에 대한 김대중대통령과 민주당측의 의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져온 자민련이 이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사상 유례없는 정치담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선거법협상의 후유증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커녕 개악을 했다는 여론의 비난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재협상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낙천·낙선운동의 봉화를 올린 시민단체들의 선거개입 움직임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3당은 서로 개악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떠넘기기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각당 내부적으로도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회의에서는 김대중대통령이 국민회의 이만섭총재권한대행과 3역을 불러 질책을 했고 당내에서도 협상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새로 출범한 민주당은 아예 재협상을 요구하며 국민회의와의 차별성 부각에 이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후유증이 심한 곳은 한나라당이다. 협상과정에서 이미 이회창총재측과 이부영총무간에 갈등이 노출됐으며 여야합의후 개악의 책임이 이총재쪽으로 쏠리자 이총재측근들은 이총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총무가 최종 결론을 내릴 처지가 아니면서도 3당총무간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이총재를 궁지로 몰았으며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총재에게 부담을 지웠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이총무는 “협상 막바지에 너무 고달퍼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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