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면서 미국 그린스펀 연방준비위(FRB)의장의 재선임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농후해 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주가하락과 금리상승세가 이어졌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의 회사채 수익률도 두 자리수로 뛰어오르며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이 금리안정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시중 실세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금리의 불안정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리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2000년 상반기 동안의 수급 불안에도 기인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1999년 중반의 대우사태에 기인한다. 특히 대우사태 여파에 따른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 사태 여파로 시중자금이 대부분 단기 부동화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수익률이 금리불안 조장

즉 금융시장이 불안을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장기채권의 보유보다는 불확실성이 없는 1년이하 만기의 단기채권을 보유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단기금리는 안정을 보이는 반면,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부족으로 장기금리는 상승하는 이른바 ‘장·단기 금리 격차(금리 스프레드) 심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시활황과 경기회복에 힘입어 시중자금이 초단기화하면서 금융권에 돌고 있는 자금중 단기금융자산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총유동성(M3)의 3분의1에 달하는 27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6월 178조원 수준에서 2년여만에 1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총유동성이 2개월 늦게 집계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단기금융자산이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만큼 장·단기 금리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가 오르는 것도 단기 금리보다는 회사채 수익률이 두 자리 수로 진입한 것이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단기 금리차 확대 요인외에 2000년 상반기 수급 요인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금리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국채발행, 금전신탁만기등 악재 산재

최근의 금리가 불안정한 이유는 대외적 요인(세계적 금리상승세)이외에도 대내적 요인으로는 상반기 약 7조원대에 이르는 국채발행 및 2월의 대우 환매사태 재발 가능성, 그리고 작년에 설정되었던 은행의 단위형 금전신탁의 만기도래 등 적지 않은 악재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 상반기 자금시장의 수급 불안 요인을 구체적으로 보면 투신사 환매 사태로서 오는 2월8일부터 대우채권이 편입된 투신사 수익증권의 환매비율이 95%로 높아짐에 따라 투신사에 대한 환매요청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는 투신사에 최소 1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약 22조원의 투신사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도래도 상반기내에 이어질 전망임에 따라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기관들의 자금부족으로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하겠다.

채권의 주요 수요처인 은행의 경우에도 작년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단위형 금전신탁이 만기도래됨에 따라 이들의 채권 매입 여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판매 초기인 작년 4월에는 5조1,000억원이 유입되었고, 5월에 2조4,000억원과 6월에 1조5,000억원이 유입되었으므로 이들의 만기물량이 출회될 경우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은 단위형 신탁으로 들어온 자금을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했었기 때문에 만기도래시 이들을 모두 매각해야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단위형 금전신탁은 모두 폐쇄형으로 1년 이후에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하향안정, 장기 상승세 전방

그리고 4월 총선동안 풀리는 유동성을 선거이후에는 물가를 의식해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이 과거의 선례였기 때문에 만약 4월 총선동안 과도한 유동성이 풀릴 경우 총선이후에는 그 후유증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전반적으로 2000년 상반기의 금리는 두 자리 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적인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단기 금리는 하향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겠으나, 3년이상 만기를 가진 회사채 수익률 및 약 7조원대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국채발행으로 장기금리는 상반기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로 가면서 안정세 보일듯

그러나 2000년 하반기로 가면서 대우채 사태의 해결 가능성 및 투신사 구조조정의 마무리로 인해 다소 금융시장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7월부터 본격적인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될 경우 손실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펀드 수요의 감소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채권시장의 자율성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만큼 불안요인들이 차츰 해결되는 하반기 말에 이르면 금융시장도 크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의 자금시장 불안 요인으로는 대기업들의 투자회복에 따른 자금 수요 확대로 인한 시장 금리의 재상승이 예상되나, 기업에 대한 부채비율 200%의 유지가 지속적으로 지켜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과도한 현금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인위적인 금리 억제 정책보다는 시장 금리 유도를 위한 간접 개입 정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2000년 상반기동안에는 수급요인에 의해 금리는 상당한 변동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의 간접개입 및 시장 금리의 자율성이 서서히 자리 잡는 하반기로 가면서부터는 금융시장도 크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장기금리의 안정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10년, 30년 만기의 회사채 발행 등을 고려함에 따라 장기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경우 장기 금리의 안정 회복으로 장·단기 금리 차의 축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일영·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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