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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돈 번 외국인, 비결은 '타이밍'

한 발 앞선 주식거래, 일관된 투자패턴 유지

‘46조7,000억원…’

2000년 대한민국 정부예산(92조원)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돈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벌어갔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00여명을 넘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1999년 주식투자로 챙긴 돈이 4,500만 한국인이 외국에 수출해 벌어들인 무역흑자(200억달러·14조원)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평범한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 46조원을 챙겼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대체 외국인들은 어떻게 투자를 했길래 주가상승률(1999년 83%)의 두배(168%)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을까”라는 궁금증을 먼저 가질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외국인 주식투자 행태가 주는 교훈’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투자성과가 높은 이유는 싱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간단하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원은 “적절한 종목선정과 함께 환율과 주가변화에 따른 매매타이밍을 적절히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도 6수' 사이클 전략

우선 외국인들은 일관성 있게 매수, 매도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즉 향후 장세가 좋을 것으로 판단하면 일관되게 주식의 매입기조를 유지하는 반면에 증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면 단기적인 장세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주식 매도세를 견지한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일관된 투자패턴은 외환위기 조짐이 시작된 1997년 중반부터 ‘4도6수(四渡六受)’사이클을 그리고 있다. 즉 주가상승이 예상되는 6개월 동안은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모으는 반면, 주가하락이 점쳐지는 4개월 동안은 꾸준히 주식을 매도하는 전략을 되풀이 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의 순매도·순매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1개월 가량 선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전환한 시점은 주가가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에 1개월 가량 선행하고, 반대의 경우(즉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하는 경우)에도 국내 투자자들보다 먼저 매수세를 멈추고 매도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실제로 외환위기가 극도로 악화되던 1997년 12월부터 외국인들이 주식매수에 나섰고 주가는 1998년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던 것이나, 가장 최근인 1999년 11월부터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섰으나 외국인들은 이미 10월부터 주식매수에 나선 것은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자들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가 상승기에 매입하고, 주가 하락기에 매도하는 ‘보수주의 투자패턴’도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기보다는 주가 하락기에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할 때는 투자자들의 민감성이 극도에 달하게 돼 조그만 악재에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과감한 손절매로 손해 최소화

그런데 국내 투자자, 특히 개미군단들의 경우 ‘저점매수’라는 말에 현혹돼 주가가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주식을 사모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기에는 주식을 가차없이 내다 파는 특성을 보인다.

지난해 7월 주가가 하락,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할 때 외국인들이 매도의 강도를 높였으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11월 이후에는 매수의 강도를 높였다는 점은 위험관리 측면에서 합리적 투자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주가 상승기에 조그만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는 주가 하락기에 투자원금을 대폭 손해보지 않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돈버는 비결’인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은 거대한 작전세력일 뿐”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들은 합리적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다가 국내 투자자들이 함정에 빠지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기본전략은 자신들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한국증시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4도6수’사이클에 따라 국내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 것은 외국인들이 ‘거대한 작전세력’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증시 주변에서는 “‘4도6수’사이클상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는 2월 중순께는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외국인들이 고급정보를 선점, 작전을 벌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999년 4월 국민은행이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기 직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국민은행 주식을 매수한 것이나, 최근 도이치방크가 한미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기 직전에 한미은행 주식에 대해 대량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이같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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