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다(포철).”, “무슨 소리냐. 오히려 역(逆)차별이다(코오롱).”

1994년 신세기통신 사업자 선정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코오롱그룹과 포철의 엇갈린 주장이다. 포철은 객관적인 점수에서 우세한데도 코오롱이 정치권과 결탁하는 바람에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코오롱그룹은 전경련 회장단이 자신들을 사업자로 선정했는데도 정치권과 가깝다는 소문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폈다.

1994년 1월1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개인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전경련 회장단을 초대했다. ‘공정성 시비’를 의식한 정부가 재계 자율로 신세기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최종현 전경련 회장, 김우중(대우), 정세영(현대), 김석원(쌍용), 조석래(효성), 김각중(경방), 박성용(금호) 회장과 조규하 전경련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신세기통신 사업자로 전경련 회장단이 손을 들어준 곳은 코오롱이었다. 겉으로는 “공기업인 포철이 다른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웅렬 부회장이 김현철씨와 가깝다는 것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신세기통신이 코오롱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월말께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 박관용 비서실장이 조규하 전경련 부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코오롱이 김현철과 연관됐다는 소문이 있다. 코오롱은 절대로 안된다”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1994년 2월28일 전경련이 내놓은 결정은 절충안이었다. 청와대의 코오롱 반대입장과 코오롱을 사업자로 선정했던 전경련 회장단의 결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포철을 1대주주로, 코오롱을 포철보다 지분이 1%뒤진 2대주주로 선정해야 했다.

재계에서 ‘패기있는 경영자’로 통하는 이웅렬 회장이 유독 김현철씨와의 관련부분에 대해서만은 곤혹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신세기통신을 둘러싼 특혜설 때문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