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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붐] 컨설팅 붐… 전문화사회의 길잡이

사회 전분야에 걸쳐 봇물처럼 확산

대구 모대학 섬유패션학과 이모(36)교수는 지난해말부터 학생들과 함께 의류 벤처회사 창업을 준비중에 있다.

메인 아이템은 N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청바지 제작과 시판. 올해 하반기 ‘오띠(OTTI)’라는 상표로 신제품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교수는 사업의 성패가 마케팅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 분야에 정통한 모의류회사 전 마케팅 담당 간부와 1년간 3,000만원에 컨설팅 계약을 했다.

이 마케팅 전문가는 두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 이교수는 이 분야에 정통한 그로부터 파트타임으로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했다. 이제 컨설팅이 우리 사회 저변까지 파고 들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컨설팅(Consulting)’이란 말은 불과 4~5년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없을 만큼 산업 전반에 깊숙이 퍼져 있다.


IMF이후 다국적회사 국내 대거진출

국내에서 컨설팅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경영 전략, 회계 감사, 기업 인수·합병(M&A)등 경영전략에서 금융, 교육, 부동산, 정보통신, 제조, 학교, 공기업, 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국내에서 컨설팅 업종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3~4년전부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진출한 몇몇 외국기업들 사이에서만 간헐적으로 실시됐을 뿐이다. 소수 재벌들이 중장기 사업 프로젝트나 ERP(전사적 자원관리), 기업 M&A 등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외국 컨설팅회사에 의뢰하는 정도가 전부이다시피했다. 대부분은 그룹 기획실이나 경영전략실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소화했다.

현재 컨설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영 전략 분야다. 이곳은 우리의 정치·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깊다. 2년전 우리는 근대화 이후 최대의 경제적 시련이었던 IMF관리체제를 맞았다.

이때부터 기업과 공공 기관들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 아래에서 뼈를 깎는 변신을 시도해야 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의 다국적 기업과 헤지 펀드들은 이미 방어력을 상실한 우리 알짜 기업들을 M&A로 통째로 삼키기 시작했다. 이같은 급격한 경제 구조 변화가 일어나면서 미국의 다국적 컨설팅사가 우후죽순 국내로 밀려들어왔다.

여기에 국민의 정부가 고사 직전의 국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존 일본식 경제 패러다임에서 탈피, 미국식 경제 패턴으로 표준 모델을 바꾸면서 컨설팅에 대한 매력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다분히 미국적인 모델의 전형인 컨설팅업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지사.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E-커머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컨설팅사들은 또 한번 호황기를 맞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컨설팅사는 포털 서비스를 표방하는 앤더슨 컨설팅, 맥킨지, PWC(Price WaterHouse Cooper) 등 빅3를 포함해 20여개에 달한다. KPMG, 아서 앤더슨, 베인&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IBM, 어니스트&영, SDS 등이 선두 그룹을 추격하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1986년 서울사무소를 연 세계 최대의 컨설팅 그룹인 앤더슨 컨설팅은 연간 83조달러(98년 기준)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48개국, 122개 사무소에 6만5,000명의 전문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을 상대로 경영, 조직 관리 등을 컨설팅한다. 이 회사는 컨설턴트의 자질이 서비스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연간 5억9,500만달러의 교육비와 5억8,800만달러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한다.


정보와 분석을 파는 직업

컨설팅은 한마디로 정제된 ‘정보’와 미래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파는 직업이다. 따라서 그 가치가 실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 실시하는 경영 전략 프로젝트의 경우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억원에서 30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는다.

컨설팅사의 테스크 포스팀은 보통 사원급인 애널리스트, 과장급인 컨설턴트, 부장급인 매니저와 파트너 등 5~6명이 한조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기간중에는 의뢰사 기업으로 직접 출퇴근하며 모회사에는 전자메일 등으로 진행 사항을 보고 하기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고급 파견 근로자인 셈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는 미국에서 최소한 MBA(경영학석사)를 마친 경영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관변 경제연구소나 그룹 전략기획팀에서 활동했던 박사급 출신들도 상당수 있다. 영어 구사는 필수이며 기획력과 분석력이 특히 중시된다.

연봉은 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컨설턴트의 경우 1억원 내외이다. 언어 문제로 동포 2세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이할 만한 추세다. 앤더슨 컨설팅의 김용규부장은 “권력과의 상관 관계나 재벌 위주로 이뤄지던 국내 경제가 2~3년전부터 자유 경쟁 체제로 변화하면서 컨설팅에 대한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부장은 “주위에서는 고액 연봉자라고 부러워하지만 컨설턴트는 무엇보다 전문성과 성과에 대한 결과물로 평가받아야 하는 고독한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선 부동산 분야가 가장 활발

경영 부문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가 부동산이다. 국내에서 부동산 컨설팅이 조직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대한부동산컨설팅회가 세워진 1988년 6월부터. 이때부터 외부 용역 의뢰나 일시적 필요에 따라 초보적인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1990년대초부터 부동산신탁회사와 감정평가회사가 생기고 부동산컨설팅협회 등의 창립이 잇따르면서 한단계 발전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부동산과 경매정보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력과 정보를 가지고 직접 투자도 하는 곳이 많다.

현재 영업중인 부동산컨설팅업체는 200여개, 한국부동산컨설팅업협회가 수여하는 부동산컨설턴트 자격증 소유자는 738명에 이른다. IMF로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이 간편해 지면서 미국계 JBC(중개,조사) ERA(중개) 21세기컨트리(중개) 와 영국계 BHP(중개,조사) 일본계 노무라(조사,연구) 등 10여개 외국 부동산 컨설팅사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

또 기업마다 사원 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교육 컨설팅사가 한때 난립하기도 했다. 교육 컨설팅이란 신입사원이나 중견사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의뢰받으면 강사 섭외에서 장소 마련까지 모든 교육 일정을 일괄 처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교육 컨설팅사는 IMF 영향으로 20여개로 줄어 들었는데 규모도 4~5명 수준으로 위축됐다.

이밖에 소호(SOHO)를 지원해주는 창업컨설팅, 벤처회사 창업을 도와주는 벤처컨설팅, 법률적 문제를 지원하는 법률컨설팅에서 골프장 건설과 운영을 도와주는 골프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컨설팅은 그 사회 전문화, 분업화 진행의 한 바로미터다. 컨설팅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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